드문드문 은행잎이 몇 장 내려앉아
노랗게 계절을 물들여준 가을 계단을 올랐다.
오르면 계단 끝에서
하얀 겨울이 반갑게 마중 나올 줄 알았는데
올해 봄, 집을 나간 계단 끝의 겨울은
아직 그곳으로 돌아와 있지 않았다.
지구촌 어디에선가
집나간 겨울이 영영 돌아오고 있지 않다는
해괴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기선 그냥 걸음이 늦어지고 있을 뿐
그런 일은 없겠지 하며
다시 가을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의 끝에서
등줄기로 끈적하게 땀방울을 긁어내리며
여름이 마중나와 있었다.
나중에 오늘 기온이
26도까지 치솟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름이 그 계단의 꼭대기까지
차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8 thoughts on “가을 계단”
계단을 오른다
계절을 오른다
봄과 여름 사이
여름과 가을 사이
그 틈새 사이사이에
살짝 숨겨둔 겨울 한숨
원래 가을이 사진찍기 좋은 계절인데
올해는 그다지 많은 사진은 못찍었어요.
이곳은 처음 가본 북한산 자락인데
봄에 가면 진달래가 아주 고울 것 같더라구요.
기억해 두었다가 내년에 봄이 오면 한번 가봐야 겠어요.
그때쯤 계단에는 어떤 봄이 와있을지 궁금하네요.
존재하는 모든 것이 백나인 님의 앞에 오면
생물이 됩니다
시간도 온도도 꿈틀거리며 기어오고 기어가네요.
소문까지도….ㅎ
시와 놀아야 하는데 자꾸만 사진만 갖고 놀고 있어요.
요즘 풍경님의 역사 읽기는
그동안 굳어있던 역사나 그림이 새로운 텍스트의 수혈을 받아
꿈틀거리며 살아나는 느낌이예요.
풍경님의 텍스트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마법을 지녔다는.
계단 아래서부터 꼭대기까지 사계를 노래하시네요.
문득 계단 틈새가 미니 크레바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집 나간 겨울이 아마 저기쯤 숨어 있지 않을까요?^^
둘레길 조금 걷다가 너무 따분한 느낌이 들어서
산으로 슬슬 걸음을 옮겨놓다가 아주 작은 절하나를 발견했는데
그곳에 은행나무가 있어서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
은행나무는 대개 집이나 절 같은 곳에서 일부러 심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가면 계단 틈새에 대고 아무도 없어 나와도 돼 하고 말해주어야 겠습니다.
네…ㅠㅠ 그 해괴한 소문이 좀 실감이 나기도 해요
마이 달라진 계절의 기온들…
그래도 가을 계단은 참 이쁘더군요
어제도 차창밖의 가을 단풍이 어찌나 멋지던지요!
낙엽이 수북히 쌓인것도요^^
오늘은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는데도 여전히 덥네요.
겨울이 이렇게 푸근했던 적이 있나 싶어요.
작년에는 그렇게 춥더니 말예요.
날씨가 푸근하면 단풍이 오래가서 그건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