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두 장에 담은 사랑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9일 서울 천호동에서

느티나무 아래
낙엽이 떨어져 뒹군다.
매년 맞는 가을이지만
올해도 역시 잎을 떨어뜨리며
여름내 풍성했던 초록을 비워내는 가을은
쓸쓸하기만 하다.
아마도 나뭇가지가 잎을 비울 때
우리 마음도 텅비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떨어져 뒹구는 낙엽 가운데서
크기가 비슷한 잎 두 개를 주웠다.
그 둘을 다정한 연인처럼 포개자
낙엽 두 장에 사랑이 담겼다.
이 가을,
마음이 쓸쓸한 사람들에게 보낸다.
가을은 낙엽 두 장이면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계절이다.
여기저기 낙엽이 지천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9일 서울 천호동에서

4 thoughts on “낙엽 두 장에 담은 사랑

  1. 사랑의 힘이란, 참!
    낙엽들도 서로 꼬리를 치며 엎치락뒷치락하더니
    급기야 하나가 되어 주위를 밝히는군요.^^

    1. 역시 눈이 섬세하십니다.
      두장 겹칠 때 보니 정말 꼬리를 치더군요.
      꼬시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기회를 잡았다 싶었는가 봅니다.

  2. 사계절 초록을 버리지 못하는 나무 위에서 당당하게 웃고 있는 낙엽하트. 이제 우리네도 가을을 비워야 할 때가 온 듯. 트윗길을 걷다 녀석들을 보고 덥석 낚아채 제 폰으로 가져왔죠. 그래도 제가 싫지 않나봐요. 볼때마다 웃네요.

    1. 처음에는 얘기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낙엽 두 장이 쓸쓸하게 지내다 둘이 만나 사랑을 만들어낸 가을 이야기 정도. 아파트에 느티나무가 두 그루인데 양쪽에서 하나씩 주워서 연애 이야기 써볼까 하다 그냥 한 나무에서 여러 개의 하트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죠. 근데 가을의 사랑놀이가 재미나요. 오늘도 바깥에 나가 뭐하나 궁리해 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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