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와 다리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1일 서울 홍대 거리의 엠퓨스에서

너는 왜 그렇게 다리가 길어?
그것도 유독 앞다리 두 개만?

앉아 있는 거 너무 지겨워서.
나도 좀 걸어다녀 보려구.
내가 다리가 네 개나 되는데도
항상 앉아만 지내잖아.
그래서 나도 이제 좀 걸어다녀 보고 싶어.
그냥 있는 다리 활용해서
네 다리로 걸어볼까 생각도 했는데
네 다리로 걷는 건 걷는게 아니라 기는 것 같어.
걷는다는 말에 어울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두 다리 같어.
그래서 매일매일 생각했지.
나도 걷고 싶다, 걷고 싶다, 그렇게 말이야.
어쩌면 걷고 싶다는 말은
내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주문인 셈이지.
그랬더니 자꾸 앞의 두 다리만 자라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다리가 길어졌지.
아마도 주문을 좀더 외우다 보면
이제는 이 긴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될지도 몰라.
걷게 되면 나를 보고 놀리는 인간들도 있을 거야.
와하하, 팔이 뒤에 달린 의자다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런 놀림을 받는다고 해도 나는 걷고 싶어.
뒷쪽 팔이 된 뒷다리로 뒷짐을 지고 말이야.
그때면 너라도 잊지 말고 나에게 인사해.
어, 드디어 걷게 되었구나 하고 말이야.
물론 축하도 잊지 말고.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9월 1일 서울 홍대 거리의 엠퓨스에서

6 thoughts on “의자와 다리

    1. 그냥 글이 매일 새로 올라온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제 블로그는 완전 독립 블로그예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제가 설치해서 운영하는
      블로그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싶습니다.
      그래서 가입이란 것이 없어요.
      다른 곳은 다들 회원 가입을 하기 때문에
      회원들에게 알려줄 수가 없는데
      저는 사실 저 혼자라서 알려드리는 기능이 없답니다.

  1. 요즘 하는 시트콤 짧은 다리의 역습이 생각나네요.
    저는 저게 다리가 아니라 아찔한 킬 힐로 보여 킥킥 웃음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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