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에게 아침 먹이기

가끔 그녀가 아침으로 빵을 내준다.
빵은 때로 먹기가 귀찮다.
빵을 먹으려면
일단 먼저 빵에게 아침을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22일 집에서

빵이란 녀석은 어찌나 먹성이 좋은지
아예 몸 전체가 입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녀는 빵만 내줄 뿐
그 먹성 좋은 녀석에게 아침을 먹여주지 않는다.
그러니 어쩔 수가 없다.
녀석의 아침은 내가 챙겨주는 수밖에.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22일 집에서

우선 빵의 입을 벌려야 한다.
입이 어찌나 큰지 입을 벌리면 입천장이 다 보인다.
아침을 보챘는지 그녀가 챙겨준 땅콩잼이
녀석의 입속에 살짝 깔려있다.
그러나 녀석은 그 정도의 잼으로는 만족을 모른다.
특히 땅콩잼은 입이 텁텁하다고 난리를 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22일 집에서

일단 돈까스 조각을 하나 입에 물려주고
이어 계란말이와 감자 조각을 차례로 물려준다.
그 정도면 벌써 입이 찢어질 정도가 되지만
그래도 마다하는 법이 없다.
보통은 여기에 야채까지 얹으라고 야단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22일 집에서

입이 다물어지질 않아 삼키는 것도 도와주어야 한다.
손으로 살짝 눌러주는 것으로 녀석을 도와준다.
입이 찢어질까 걱정될 때가 종종 있지만
그래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빵에겐 모든 것이 한입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22일 집에서

빵에게 아침을 주고 난 뒤에야
비로서 나는 그 빵으로 아침이다.
뿌듯한 마음으로 한입 물면
빵의 포만이 나의 아침이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22일 집에서

빵을 먹고 난 뒤에는
빵이 먹다남긴 돈까스 조각과 감자 조각으로
부실한 아침을 보충하곤 한다.
빵을 먹는 아침은
빵에게 아침을 먹이는 것으로 시작해서 빵을 먹고
그 다음에는 빵이 남긴
부스러기를 먹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8 thoughts on “빵에게 아침 먹이기

  1. 아파트로 이사하신 후로 확실히 실내컷이 많아지셨어요.
    조명이 좋아서 그런가요? ^^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세끼 식사는 무조건 밥인 사람이라
    아침을 빵으로 드시는 분들 보면 신기해요.
    더군다나 연세도 있으신데 말이에요..ㅎㅎ

  2. 하하…빵에게 먼저 아침을 먹인 후에 그 빵을
    아침으로 잡수시는 동원님^^
    잼있어요! 진짜 맛있어 보여요 꿀꺽…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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