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과 바람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19일 경기도 하남의 은고개에서

단풍잎은 온여름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손을 벌렸다.
여름내내 단풍잎의 푸른 손을 외면한 바람은
드디어 가을이 되자 벌린 단풍잎의 손에
붉은 색을 한가득 안겨주고 지나갔다.
한계절 기다린 끝에 겨우 준 것이 색이라니.
이걸 어디다 쓰지.
여름내 곁을 지나면서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사람들이
손에 붉은 색을 들자
그때부터 단풍잎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고
그 앞에서 한참씩 머물다 갔다.
갈 때마다 단풍잎은
사람들 가슴 속에 붉은 가을을 한움쿰씩 챙겨주었다.
바람이 주고 간 붉은 색으로
가을내내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한계절을 선물하고도
겨울문턱까지 그 색이 그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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