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은 온여름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손을 벌렸다.
여름내내 단풍잎의 푸른 손을 외면한 바람은
드디어 가을이 되자 벌린 단풍잎의 손에
붉은 색을 한가득 안겨주고 지나갔다.
한계절 기다린 끝에 겨우 준 것이 색이라니.
이걸 어디다 쓰지.
여름내 곁을 지나면서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사람들이
손에 붉은 색을 들자
그때부터 단풍잎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고
그 앞에서 한참씩 머물다 갔다.
갈 때마다 단풍잎은
사람들 가슴 속에 붉은 가을을 한움쿰씩 챙겨주었다.
바람이 주고 간 붉은 색으로
가을내내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한계절을 선물하고도
겨울문턱까지 그 색이 그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