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사는 세상에선
한잔 두잔 마시면
술병 속의 술이 점점 줄어들었다.
모두 마시고 나면
술병은 바닥을 드러냈다.
더이상 마실 술이 없었다.
가끔 내가 놀러가는 세상에선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면
그때마다 술이 술병 속으로
점점 더 깊이 기어들어갔다.
그리고는 결국
술병의 바닥으로 숨어 버렸다.
한번 바닥에 숨고 나면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
투명한 바닥에 용케도 몸을 감춘 술은
가끔 술병을 뒤집어 흔들면
마치 꼬리를 내밀듯
한방울의 술을 슬쩍 흘리기도 했지만
절대로 몸통은 보여주질 않았다.
못찾겠다 꾀꼬리를 아무리 외쳐도
절대로 다시 나오는 법이 없었다.
2 thoughts on “술과 술병”
술병을 와인병 크기나 정종병 크기로 바꾸면 해결될까요?^^
전에 집들이 때 보여주셨던 홈플 와인 5리터 짜리면 그나마 바닥칠 일은 줄어들겠군요.
잘 다녀오셨나요?
덕분에 저희도 한동안 이국의 풍경을 즐길 수 있겠군요.
술은 숨바꼭질하는 재미에서 끝내야지
바닥치지 않는 술병을 구하면
제 자신을 잃어버리는 듯 싶어요.
가끔 술마시고 술처럼 저도
술병 바닥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