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맞이한 고향 친구들

Photo by Cho Key Oak
2011년 12월 10일 서울 우리 집에서


고향 친구들과 1년에 한번씩 갖는 모임이 있다.
올해는 충북 태안에서 모이기로 했다.
우린 모두 영월의 문곡이 고향이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가 한 명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는 친구들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결국 올해 모임은 서울에서 갖게 되었다.
모임은 서울이나 인천 그리고 고향에서 갖고 있었지만
우리들이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 태안이었다.
올해는 드디어 그곳에서 한번 모이는가 했는데
사정들 때문에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서울에서 모인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올해는 그냥 집으로 오라고 불렀다.
친구들은 부담스러워 했다.
가정을 갖고 나면
그때부터 아무리 친구의 집이라고 해도
마구 드나들 수가 없게 된다.
그것이 요즘의 세상이다.
고향 친구들도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친구들은 그냥 바깥에서 먹자고 했지만
그녀가 애를 써 약간의 준비를 해주었고
나는 이미 준비해 놓은 것도 있으니 그냥 집으로 오라고 했다.
서울에서 모임을 가질 때면
간혹 친구들이 모임 뒤에 우리 집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녀가 집에 없었다.
그녀는 집에 들른 고향 친구들이
번번히 차도 한잔 얻어먹지 못하고 내려간 것을 미안해 했다.
그녀는 그 미안함을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음식 한번 대접하는 것으로 갚으려 했다.
나에겐 집이 아주 편했다.
내가 편하게 친구들과 술을 한잔 하는 동안 그녀가 큰 수고를 해주었고,
친구들은 이렇게 사람들 집으로 불렀다고
내일 집에서 쫓겨나는 것은 아니냐고 농을 하면서도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이 가고 난 뒤에 그녀가 말했다.
정말 집에 와서 그렇게 편안하게 노는 친구들은 처음이라고.
정말 남다른 고향 친구들이긴 한 것 같다고.
친구들은 여차하면 집의 거실에서 그대로 드러누울 기세였지만
잠은 근처의 여관에서 재웠다.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과 집에서 보낸 좋은 저녁이었다.

4 thoughts on “집에서 맞이한 고향 친구들

  1. 이제 보니 친구 부자셨군요.^^ 그것도 막역하기 이를데 없는 고향 친구들이라니.
    세월의 풍상이 느껴지는 강원도 토종들이 서울친구집에서 누렸을 또 다른 편안함이
    예까지 전해집니다.

    1. 언제나 고향 가면 신세지다가 이번에 조금 갚았어요. 일하는데 불러내고.. 퇴근하자마자 내가 영월와있다고 불러내 술마시고 하면서.. 제가 곧잘 신세지곤 했거든요. 객지에 있는 몸이 고향내려가면 불러낼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 되더라구요. 그거 이번에 조금 갚았습니다. 영월 내려갈 때면 나는 거기가면 돈없어도 배는 곯지 않는다고 큰소리치면서 내려가는데 고향 친구가진 뿌듯함을 이번에 집에서 많이 누렸습니다.

  2. 사진기에 자신을 기꺼이 내주는 듯한 표정들입니다.
    사진기가 권력을 가진 존재가 아닌데도 거기에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맡기겠다는 표정.
    겸손한 각오로 눈빛을 사진기에 모으고들 계시네요. ㅎ
    순한 분들의 모습입니다.
    특히 뒤에 두 분은 손까지 가지런히 모으시고….ㅋ

    1. 어릴 때는 니 집 내 집 없이 드나들며 살았는데
      커서 결혼하고 나니 집은 찾아가기 어렵게 되는 거 같아요.
      한동안 서울에 연고가 저밖에 없어서
      결혼 전에는 다들 서울 구경을 우리 집으로 오곤 했었죠.
      추억을 꺼내놓으면 사나흘은 얘기가 끊이지 않는 사이이니
      모이면 편하게 잘들 노는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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