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들, 경계가 없는 친구들

Photo by Cho Key Oak
2011년 12월 10일 서울 우리 집에서


고향 친구들이 집을 다녀갔다.
떠들썩하게 떠들며 즐겁고 좋은 시간을 가졌다.
고향 친구들은 내게 말할 수 없이 특별한 친구들이다.
왜 고향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고향 친구들은 어린 날의 친구들이다.
그 때문에 고향 친구들은
어린 날 맺어진 우리들의 관계가
지금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친구들이다.
어린 날의 우리는 경계가 없었다.
우선 우리들은 집에 경계가 없었다.
나는 친구의 집을 내 집마냥 드나들었고
내 집 또한 친구들이 자신들의 집마냥 드나들었다.
그러나 우리들이 자라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갖게 되자
이제 우리들의 집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경계 너머의 장소가 되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그때부터 주로 술집에서 만나게 되었다.
술집은 집처럼 편하진 않았다.
어린 날의 우리들에겐 말에도 경계가 없었다.
우리는 이 새끼 저 새끼 같은 말도 허물없이 쓰면서 자랐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 자유롭게 썼다가는 곧바로 싸움으로 이어질 말들이
우리들 사이에선 반가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말이 되었다.
말의 경계를 두지 않는 우리들의 관계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나 역시 고향 친구들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의 경계가 없다는 점이었다.
간혹 어느 해 일로 바빠 두 해만에 얼굴을 보는 경우도 있었으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시간의 공백이
어색함을 키우는 일은 전혀 없었다.
우리는 오랫만에 만나도 언제나 곧바로
어린 시절의 옛날 친구로 되돌아갔다.
우리들이 살던 집에 경계가 없었고,
우리들이 쓰던 말에 경계가 없었던 우리는
이제는 다들 50을 넘긴 나이가 되었지만
만날 때마다 그 시간의 경계를 지워버리고
그 옛날의 아이들로 다시 만나고 있다.
고향 친구들과 같은 친구들은 다시 만난 기억이 없다.
경계가 지워진 친구, 그것이 내 고향 친구들이고
그래서 더할나위 없이 소중하다.

10 thoughts on “고향 친구들, 경계가 없는 친구들

  1. 모처럼 촌놈들 고향친구집에 — 그서도 서울에 아파트—입구부터 헷갈리고-2-3차례 시도끝에 집안으로 — ㅋㅋㅋ 말 그대로 경계가 없는 친구들이라 누구할 것없이 끊임없이 떠들어대고___그 가운데 주인집 마님은 손에 물이 마르질 않더구먼–한편으로 엄청 미안했다네—그래도 항상 밝고 웃는 모습이라^^^^안심이 되더군 ???
    하옇튼 너무 고마웠고—특히 모아둔 사진보기 시간에 친구들의 표정이 너무 좋았다네^^^ 감사하네^^

    1. 항상 먼길오느라 수고가 많은데 이번에 내가 좀 마음의 미안함을 덜었네.
      오늘까지 계속 설겆이하면서 친구들한테 잘해주니 보람도 생긴다는 생각들도록 손에서 물이 마르지 않도록 눈치껏 생활하고 있다네. ㅋㅋ

  2. 아하하 언니 댓글 보고 사진 다시 보니 어쩜 진짜 그러네요
    세트에요 ㅎㅎ
    동원님이 보이시네요^^ 그리고 친구분들..
    아..언니가 아주 많이 애쓰셨겠어요
    좋은 시간이 되셨으리라 느껴져요^^

    1. 언젠가 고향 내려갔을 때
      반갑다고 밤새도록 술먹고 노는데 한번 질렸는데
      이번에도 명절에 모인 것보다 더 즐겁게들 놀아서
      서비스하시느라 아주 욕보셨습니다요. ㅋㅋ
      뭐 친구집이라고 자기들이 마구 부엌에 가서 가져다가 먹기도 하더만요.
      이번에 옥이한테 덕좀 보았습니다.
      매번 서울로 오는데 좀 미안하기는 했거든요.

    1. 나이드니 더더욱 고향 친구들이 남다른 듯 싶어요.
      일년에 한번밖에 안만나서 그런 듯도 하고.. ㅋㅋ
      원래 너무 자주 만나면 우정도 넘쳐서 축축해지고, 그러면 질척이는 경우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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