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겨울 오전의 거실에는
막 동쪽에서 고개를 내민 햇살이
비스듬히 몸을 들이밀고 있으며
우리 집의 그 자리에는 소파가 놓여있다.
햇살이 따뜻하게 덥혀놓은 소파에 몸을 눕히면
곧바로 몸 위로 햇볕 이불이 한겹 덮인다.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완전 초수퍼 울트라 슬림 이불이다.
안빨아도 냄새가 안나지만
그래도 가끔 하늘이 비에 씻어 세탁을 해준다.
비가 그치면 널어서 말릴 필요도 없이
곧바로 뽀송뽀송해진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장점이 그것만이 아니다.
자연 알람이 장착되어 있어
하루 종일 햇볕 이불 덮고 뭉개지 않도록 해준다.
오전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이불을 걷어 바닥으로 내린다.
그러면 약간의 한기가 파고들며 잠을 깨워준다.
또 홑겹인데다가 투명하여
덮은 듯 만듯하지만 따뜻하기로는
그 어떤 두꺼운 솜이불에도 밀리지 않는다.
조심해야할 것은 바람이다.
햇볕 이불에 바람이 섞여들면
은근히 배신감 느끼게 된다.
때문에 햇볕 이불에는 유리 필터가 필수이다.
유리 필터는 햇볕 이불에서 바람을 깨끗이 걸러내준다.
햇볕 이불에 있어 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물질이다.
바람물질은 특히 한겨울에는 매우 위험하다.
햇볕 이불을 덮고 있어도 바람물질이 섞여들면
오싹하기 이를데 없다.
때로 그 오싹함이 뼈속까지 파고들 때도 있다.
겨울 오전의 한 때,
바람물질을 유리 필터로 깨끗하게 걸어낸 햇볕 이불을 덮고
소파에 누워 종종 달콤한 잠에 들고 있다.
**오늘 얘기의 일부분은
트위터 친구인 매버릭과 나눈 얘기에서 훔쳐왔다.
매버릭과 나눈 얘기는 다음과 같다.
4 thoughts on “햇볕 이불”
햇볕이 덥혀놓은 따끈한 블랙소파에 누워 유리 필터로 바람물질의 진입을 차단한
햇볕 이불 덮고 싶어지는 강추위에요. 그래도 너무 긴 잠을 청하진 마세요.
햇볕 이불이란 녀석 아이폰 배터리처럼 쉽게 닳아 곧 한기를 느끼게 하니까요.^^
그러고보니 주구장창 덮어주는 것이 아니라
슬그머니 이불을 걷어 바닥으로 내려놓더군요. ㅋㅋ
말씀대로 한기가 느껴진다 싶어 눈을 떠보면
이불을 슬쩍 걷어버렸더라구요.
그러고보니 알람이 장착되어
시간되면 걷어버리는 이불이기도 하네요.
오늘도 하나 건졌습니다.
위에다 보강해야 겠어요.
와웅…정말 그게 그러네요 하하
트윗하시면서도 글감을 얻으시고요 동원님 화이팅요!*^_^*
오늘은 디게 추워요..ㅎ
바람물질이라니..
아주 톡톡튀는 언어 감각을 트위터에서 얘기나누다 거저 얻기도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