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선 햇볕과 바람도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아파트 8층으로 이사를 오면서
겨울엔 햇볕을, 여름엔 바람을 갖게 되었다.
햇볕과 바람은 누구의 것도 아니건만
그것을 5천만원을 주고 산 느낌이다.
자기 것도 아닌 햇볕과 바람을
그것도 한두 푼도 아니고
거액을 받고 팔아먹는 세상이 되었다.
얘기를 들으니 부산에선
바다도 돈을 주고 사야 한다고 한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서 있는 아파트가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이다.
자기 것도 아닌 바다를 독차지한 뒤에
그것을 팔아먹는다.
20년간 살았던 강원도 산골에선
어느 집도 햇볕과 바람을 가로막고
독차지하는 법이 없었다.
도시는 다르다.
낮게 엎드린 단독이나 저층의 건물에는
햇볕도 들지 않고 바람도 통하지 않는다.
높이를 키운 아파트들과 고층 건물들이
햇볕과 바람을 독차지한다.
오랫 동안 단독에서 살았던 나는
어느 날 앞쪽으로 들어선 높은 건물이
햇볕을 가릴 때만 해도
그 건물이 햇볕을 빼앗아 간 것인 줄 몰랐다.
아파트 8층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도시에선 이제 높이가 깡패란 것을.
도시에선 건물의 높이를 키워 햇볕과 바람을 빼앗고
빼앗은 햇볕과 바람을 제 것인양
비싼 값에 팔아넘긴다.
도시를 사는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을 치르고
그 햇볕과 바람을 사서 살고 있다.
5 thoughts on “햇볕과 바람”
/도시에선 이제 높이가 깡패란 것을/
하하 그러면 깡패소굴이 이제는 아니구…깡패아파트꼭대기?
늘 기발난 단어와 그 조합들로 웃어요!^^
편안한 밤이요~~~
집이 따뜻하니까 겨울인데도 한잔하고 소파에 누으면
곧바로 졸게 되요.
저녁 먹고 한잠 들었다 일어났네요
아파트도 점점 높아지니까
고층 아파트 단지는 4, 5층도 그늘이 지더라구요.
좋은 꿈 꾸시길요.
겨울에 햇볕 좋기로는 경남 하동이 끝내주더만요.
한겨울에 갔는데도 거의 봄이었다는.
남쪽 바닷가 가까운 곳은 햇볕 잘드는 산자락 찾으면 어디나 좋을 듯.
근데 난 도시를 벗어나지 못할 듯 싶어요.
이 놈의 도시가 편하긴 무지 편해서..
아파트가 없던 시대엔 그저 남향이니 동향이니 하는 향이 중요했는데,
이젠 층이 대세가 되는 시대가 되었어요.
기왕지사 비싼 값을 치루셨으니 8층 남향집이 주는 프리미엄을 맘껏 누리셔야죠.
사실 시골살 때도 음달말이라고
음달진 곳에 북향으로 자리잡는 곳이 있었어요.
그곳은 햇볕이 잘 들지를 않았죠.
겨울에는 유난히 추웠구요.
시골서는 앞이 논하고 밭이라
그것을 중심으로 마을이 들어서는 것 같아요.
서울엔 그런 것 없이 그냥 꾹꾹 채워넣는 느낌이 들어요.
음달을 살아도 논밭이 있으면 견딜만한데
도시는 햇볕과 바람이 없으면 좀 서러운 곳인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