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의 선물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2월 24일 우리 집에서
딸기꽃

베란다의 화분에서 꽃이 피었다.
하나는 딸기꽃이다.
흰색 꽃이 여러 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망울이 잡혀 있는 것도 여럿이다.
딸기가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수정을 시키기 위해 그녀가 잎들을 흔들어주고 있다.
딸기는 수술과 암술이 함께 있어
통풍이 잘되도록 바람을 넣어주거나
꽃을 흔들어주면 수정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어
잎들을 만지며 흔들어주고 있다.
딸기모는 그녀가 두물머리에서 가져온 것이다.
두물머리에는 딸기 농장을 하던 비닐 하우스가 여러 군데 있었으나
농민들이 그곳을 쫓겨나면서 딸기들도 모두 버려졌다.
비닐 하우스에서 살던 딸기들이 졸지에 노지로 내몰려
풍찬노숙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중의 몇 포기가 그녀의 손에 들려
우리 집 베란다의 화분으로 옮겨왔고
이 겨울에 꽃을 피우기에 이르렀다.
딸기만 꽃을 피운 것이 아니다.
어릴 적 고양이 시금치라 부르던 풀도 노란 꽃을 피웠다.
고양이 시금치의 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이미 꽃을 피운 녀석은 씨앗을 맺고 있었다.
전에 살던 단독 주택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겨울이면 마당에 놓여있던 화분을 거실로 들여놓았지만
거실도 어찌나 추웠는지 그곳에서도 얼어죽는 화초가 나왔다.
그런데 이사온 아파트의 베란다는
낮에 그곳으로 나가보면 작은 온실이 따로 없다.
두꺼운 유리가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고
낮이면 볕이 잘 들기 때문이다.
봄에 들에서 꽃을 만났다면
분명 계절의 선물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겨울에 베란다에서 핀 꽃은
이 꽃이 햇볕의 선물이란 것을 분명하게 일러준다.
햇볕이 잘든다는 이유로 비싼 값을 치뤄야 했지만
햇볕에게서 값진 선물을 받았다.
돈은 사람이 챙겨갔는데 선물은 햇볕에게서 받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2월 24일 우리 집에서
고양이 시금치

6 thoughts on “햇볕의 선물

  1. 남향집 덕을 톡톡히 보고 계시는군요.
    거실과 베란다 풍경이 햇볓덕에 정말 따사롭고 포근하네요.
    이 추위에 저렇게 예쁜 꽃도 피고.
    같은 8층에 살면서 누리는 햇볓의 덕은 엄청 다르군요.
    저희집 베란다 괭이밥은 요즘 춥고 쓸쓸해 보이거든요.

    1. 냉이캐러 가선 딸기모를 캐왔길레
      이게 봄까지 살아는 있으려나 했는데 뜻밖에 꽃구경을 했어요.
      아마도 우리 집에서
      아침 햇살이 가장 반가운 친구들이 아닐까 싶어요.

    1. 정말 딸기가 열리면
      내년 봄에 상추 정도는 심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방울 토마토도 가능할 듯 싶구요.
      화단이 없어져서 서운했는데
      오히려 볕이 잘 들어서 더 잘 자랄지도 모르겠어요.

  2. 괭이밥을 고양이 시금치라고 부르는 군요.
    하긴 고양이나 괭이나 그놈이 그놈이네요.ㅋㅋ

    자연에 가깝기로는 전에 단독이 우세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올려주시는 사진을 보니 그렇지도 않네요.
    이것도 하긴 주인 나름이기도 하구요..ㅎ

    아.. 한달가량을 야근으로 새벽출근으로 정신없는중에
    머리 식히고 갑니다..^^

    1. 강원도말 같아요.
      어릴 때는 길가다가 잎을 뜯어먹기도 했었죠.

      단독이 좋기는 하지만
      아파트처럼 편리하게 살려면 엄청 돈이 들어가는 듯.

      황당하게 비싼 브랜드 아파트 빼놓으면
      오히려 아파트가 더 저렴한 듯 싶어요.

      강남의 아파트들 왜 그렇게 비싸게 파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아마도 거품값인 듯.
      맥주 거품도 아닌데 무슨 거품이 그렇게 끼는지 모르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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