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땅의 촉수이다.
눈도 없고 코도 없는 땅은
하늘을 눈앞에 두었지만
볼 수도 냄새 맡을 수도 없다.
하지만 땅은 제 가슴 속 깊이
나무의 뿌리를 받아들여
물을 주고 먹을 것을 내주며
나무를 키운다.
그리고 팔처럼, 손처럼
나무를 뻗어 하늘의 바람결을 느끼고
허공을 움켜쥔다.
하늘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높지만
그 뜻은 낮게 땅에 둔다.
때문에 아득한 높이를 두고도
땅이 내민 나무의 손과 팔에 몸을 맡겨
낮게 세상으로 임한다.
그 세상에 우리가 산다.
땅이 움켜쥔 하늘을
우리가 매일매일 숨쉬며 산다.
6 thoughts on “나무와 땅”
늘… 나무 사진은 특히 나뭇가지는 많은 상념을 불러 오는 것같아요
더우기 동원님의 글을 읽으니..더 그런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_^*
허공을 움켜 쥔다…음 멋진걸요……
이게 참나무라서 허공을 움켜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나무가 전체적으로는 주먹진 모양이라서…
키큰 침엽수였으면 하늘을 한방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듯. ㅋㅋ
제가 요즘 고미숙이 리라이팅한 <동의보감 -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를 읽고 있는데, 오늘 말씀은 마치 그 책에 나오는 한 구절 같아 보입니다.
그럼 오래 전의 누군가와 생각이 통한 거네요.
오늘 다시 사진을 보니 하늘을 움켜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늘이 위로 뻗은 나무의 손을 잡아준 것 같아요.
지상을 사는 내 욕망이 투사되다보니
처음에는 움켜쥐었다는 느낌을 받았나 봐요.
<나무와 하늘>
나무가 만세를 부를 수 있는 건
푸른 배경이 되어주는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고 싶다.
꽃을 받혀주는 꽃받침처럼…
꽃을 더 돋보이게 하는 초록잎처럼…
이제는
사랑하는 이도
꽃의 향기보다는 잎의 훈기로 만나고 싶다.
오늘의 댓글은 황동규를 생각나게 하네요.
젊은 시절의 황동규가 배경을 생각할 때는
그것이 노을이었는데
나이들었을 때는 그 배경이
부엌에서 아내대신 해주는 설겆이가 되더군요.
그런데도 제 카메라는 여전히 잎보다 꽃을 쫓아다니고 있는 걸보면
아직 나이를 좀더 먹어야 할 듯도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