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찍은 내 모습 – 남해안 여행 6

9월 5일부터 9일까지 닷새 동안,
손을 꼽아보니 참 여러 곳을 돌아본 것 같다.
남해 양아리, 순천만, 여수 향일암과 오동도, 고흥의 나로도와 소록도, 보성 차밭, 그리고 순천의 송광사.
이번 여행에서 내가 그곳의 바다와 섬을 쫓아다니는 동안,
그녀는 나를 여행의 주제중 하나로 삼았다.
그녀가 나를 찍을 때 아마도 나는 그녀 가슴 속의 내가 되었을 것이다.
그건 황홀하도록 기분좋은 일이다.
그녀가 자신의 가슴 속으로 담아간 내 모습을 꺼내본다.

Photo by Cho Key Oak

(첫날밤 묵었던 남해의 양아리 민박집)
술한잔 걸치긴 했지만
정작 우리를 취하게 만든 건
바깥에 가득한 풀벌레 소리였다.

Photo by Cho Key Oak

(순천만의 용산)
누군가 먼저간 사람이
자신의 몸무게로 풀을 눕혀
길을 내놓는다.
나는 그 길을 따라 들어가 사진을 찍는다.

Photo by Cho Key Oak

(순천만)
예전에는 용산에 오르려면
와온해변으로 가야 했는데
이제는 대대포구에서 새로 마련된 목책길을 따라
용산에 오를 수 있다.
이 목책길에선 게나 철새 등을 좀더 편하게 만날 수 있다.

Photo by Cho Key Oak

(여수 향일암)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
아침 햇살도 한가득.

Photo by Cho Key Oak

(여수 향일암)
그리고 지금 나의 시선 속엔
떠오르는 태양이 한가득.

Photo by Cho Key Oak

(여수 향일암)
음, 좀더 태양 가까이.
나는 몰랐지만
태양에 눈을 맞추고 있을 때,
빛이 나를 뚫고 지나갔으며
그때 나의 뒤로 내 그림자가 길게 몸을 눕혔다.

Photo by Cho Key Oak

(여수 오동도)
맨날 찍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상당히 많이 찍히네.
우리는 찍고 찍히는 사이니까
그럼 찍찍이 커플인가.
어쩐지 거의 떨어질줄 모르고 들러붙어 다니더라니.

Photo by Cho Key Oak

(여수 오동도)
등대놀이.
실제로 내 카메라는
밤엔 반셔터를 누르면
카메라에서 등대처럼 피사체를 향하여
빛이 뻗어나간다.

Photo by Cho Key Oak

(여수 오동도)
찰칵찰칵.
여수의 오동도 앞바다를 모두 담아갈 태세.

Photo by Cho Key Oak

(여수 오동도)
이런 데선 광각으로 한방 박아줘야 한다니까.
그래도 렌즈 갈 때는 조심조심.
옛날에 절벽 위에서 렌즈를 갈다가
렌즈가 아래로 굴러떨어져
회수하는데 아주 애를 먹은 적이 한번 있었다.

Photo by Cho Key Oak

(고흥 외나로도의 염포해수욕장)
아직 빛이 너무 강해 석양을 찍을 수가 없다.
해가 산끝에 걸리길 기다리는 중.

Photo by Cho Key Oak

(고흥 소록도)
삼각대는 왼쪽 어깨에 메고,
카메라는 오른손에 들고.
음, 폼은 나는 군.

Photo by Cho Key Oak

(고흥 소록도)
자전거를 타고 가면
뒷자리가 삼각대를 받아준다.
나는 자전거는 거의 귀신같이 탄다.

Photo by Cho Key Oak

(보성 차밭)
딸과 통화중.
그래, 잘 있지?
아빠는 이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하는 사람이 둘 있는데
불행하게도 네가 두번째야.
엄마가 바로 옆에 있어서,
아빠는 이렇게 말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
이건 니가 절대적으로 이해해야 해.
물론 우리 둘이 있을 때는 순서가 달라지지.
딸아이 왈: 아, 예~예.

Photo by Cho Key Oak

(보성 차밭)
그녀 곁에 누웠더니
그녀가 말했다.
“그대로 가만 있어봐!”
그러더니 나를 하늘에 둥둥 띄워놓았다.

Photo by Cho Key Oak

(순천 송광사)
서서도 찍고.
(오호, 배좀 나오셨는데)

Photo by Cho Key Oak

(순천 송광사)
앉아서도 찍고.

Photo by Cho Key Oak

(순천 송광사)
아니, 저 여자, 참.
집에서도 매일 같이 붙어 사는데
왜 여기까지 와서 졸졸 따라다니는 거야.
근데 생각해보니
내 모습이 집에 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를 것 같기도 하다.
혹시 여행하면서
나에게서 평상시와는 다른
색다른 남자의 체취를 느끼는 거 아냐.
에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사진이나 찍어야지.

2 thoughts on “그녀가 찍은 내 모습 – 남해안 여행 6

  1. 아..역시 천생연분이시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첫번째 사진에선 시골 아저씨처럼 편안해보이시네요.ㅋㅋ
    다섯번째 사진이랑 아홉번째 사진은 사진 블로그가면 메인에 주인장 사진찍는모습
    걸려있잖아요? 그런 사진으로 쓰셔도 멋지겠어요.^^

    1. 실제로도 시골 출신이죠.
      강원도 영월 태생이니.
      이번 같은 여행은 드문 거 같아요.
      꿈같았거든요.
      여행이 항상 이렇지만은 않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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