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봉산을 오르는 길목의 마을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개들이 짖었다.
개들은 내가 모습을 나타나기도 전에
발자국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했다.
개짖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정작 개들은 조금 지나서야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들은 마치 반응을 프로그램 해놓은 듯
일정 거리에 내가 들어서면 짖기 시작했고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짖는 소리를 거두어갔다.
그 개들 사이에서
어느 한 마리의 개가 그냥 조용히 나를 응시할 뿐
전혀 짖는 법이 없었다.
녀석은 내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나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개들은 그저 짖고 그치고를 반복할 때
녀석은 다른 개들과 달리
조용히 지나는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개들의 너머에 녀석이 있었다.
도둑이 와도 짖을 줄도 모르는 멍청한 녀석이거나
짖는 놈들보다 더 무서운 녀석일 것이다.
2 thoughts on “응시”
산길에 들어서기 전에 마을을 지나면서 반드시 치러야 하는 인사치레지요.
환영의 표시인지, 아니면 십중팔구 경계와 긴장의 표시일 텐데,
아무래도 처음 가 보는 동네에선 살짝 긴장하게 만들죠.
저놈은 털보님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 게죠.^^
경험에 의하면 주로 똥개들이 짖고
나름 족보있는 개들은 짖지 않는 듯 싶기도 하고 그래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