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2월 20일 강원도 춘천의 굴봉산역 주변에서

굴봉산을 오르는 길목의 마을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개들이 짖었다.
개들은 내가 모습을 나타나기도 전에
발자국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했다.
개짖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정작 개들은 조금 지나서야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들은 마치 반응을 프로그램 해놓은 듯
일정 거리에 내가 들어서면 짖기 시작했고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짖는 소리를 거두어갔다.
그 개들 사이에서
어느 한 마리의 개가 그냥 조용히 나를 응시할 뿐
전혀 짖는 법이 없었다.
녀석은 내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나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개들은 그저 짖고 그치고를 반복할 때
녀석은 다른 개들과 달리
조용히 지나는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개들의 너머에 녀석이 있었다.
도둑이 와도 짖을 줄도 모르는 멍청한 녀석이거나
짖는 놈들보다 더 무서운 녀석일 것이다.

2 thoughts on “응시

  1. 산길에 들어서기 전에 마을을 지나면서 반드시 치러야 하는 인사치레지요.
    환영의 표시인지, 아니면 십중팔구 경계와 긴장의 표시일 텐데,
    아무래도 처음 가 보는 동네에선 살짝 긴장하게 만들죠.
    저놈은 털보님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 게죠.^^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