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그녀와 어머니께서 가꾸는 화분이 여러 개 있다.
전의 집은 너무 추워서 항상 이 화분들이 겨울을 나는 것이 어려웠다.
꼭 몇 개는 얼어죽어 봄을 맞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었다.
겨울이면 마당의 화분을 집안으로 들여 함께 겨울을 났지만
바깥보다 낫다고는 해도 집안도 상당히 추워
겨울이 오면 꼭 내복을 입고 창문도 비닐로 봉해야 했다.
문을 열고 나가면 곧바로 바깥이었던 옛집과 달리
이사온 아파트는 문을 열고 나간 베란다도 유리창으로 밀봉이 되어 있다.
겨울의 햇볕 좋은 날은 마치 온실을 하나 갖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덕택에 화분들이 거실로 들어오지 않고도 무난하게 겨울을 났다.
그래도 너무 춥지 않나 싶은 날은 어머니께서 화분들 위로 비닐을 쳐주었다.
그런 날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화분 중에 거실에 들여놓은 것도 있었다.
게발선인장이 그 중의 하나였다.
내내 베란다에 그냥 놔두다가
날이 매섭게 춥다고 하는 어느 날 거실로 들여놓았었다.
선인장의 이름은 그녀가 알려주었다.
작은 꽃망울을 초록색 줄기의 끝에 물방울처럼 맺고
겨울을 지나가고 있던 게발선인장은
그때의 모습만으로는 왜 이름이 게발선인장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거실에 들여놓자 게발선인장은
급하게 속도를 올리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꽃이 피자 이제 게발이란 이름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꽃이 영락없는 게의 집게발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꽃이 피는 것을 보고 거실이 따뜻해서 그러려니 했다.
순식간에 네 송이가 피었고 그러자 갑자기 날씨가 푸근해졌다.
꽃이 피고 나서 날씨가 푸근해지자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면서 봄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긴 눈속에서도 얼굴을 내미는 꽃들을 몇 가지 알고 있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봄은 꽃이 불러서 데려다 주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우리 집의 올해 봄은 게발선인장의 꽃이 불러다주고 있다.
게발선인장이 불렀으니 올해의 봄은 옆걸음으로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2 thoughts on “게발선인장의 꽃”
저 화분에 심은 화초라면 저렇게 만발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화분 받침만 봐도 상당히 대접 받는 화초인 것 같습니다.
정말 봄을 부르는 꽃이네요.
그렇다면 저 꽃을 피운 것은 화분의 힘?
생각도 못했는데 화분이 꽃의 꿈으로 똘똘 뭉쳐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