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그림자 2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3월 20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마음이란 나무의 그림자 같은 것.
몸과 가까울수록 선명하고 진하지만
몸에서 멀어지면 희미해 지다가 슬그머니 지워진다.
그러나 그것도 날이 좋은 날의 얘기.
날이 흐린 날이면
어느 나무도 몸 가까이 그림자를 두지 못한다.
둘의 날들은
싸우고 나면 언제나 흐림이다.
흐린 날의 나무 그림자와 같아서
싸운 뒤끝의 둘에게선 몸을 두고도 마음이 지워진다.
그러니 둘의 마음과 몸을 하나로 묶어서 살고 싶다면
맑은 날엔 몸을 아주 가까이 붙이고
살아가는 동안 맘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가급적 그림자가 지워질 정도로 심하게 싸우지는 마시라.
하지만 둘이 함께 살며 어찌 싸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또 싸울 때면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어찌 살살 조심하며 싸울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눈물이 비처럼 펑펑 쏟아지도록 싸우고는
그 눈물이 그치고 난 뒤
비온 뒤끝의 하늘처럼 빨리 맑은 날을 가지도록 해보시라.
맑은 날과 흐린 날,
나무가 내게 전한 말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3월 14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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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나무와 그림자 2

  1. 그래도요…
    나무와 그림자는 맑은 날이든지 흐른 날이든지
    떨어져 있는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흐리고 바람불고 비오면
    그림자가 나무 속으로 들어각 있는 것 같아서요…^^
    잘 지내시지요?
    나무…안고 싶습니다. 한국의 나무에는 촉촉함이 있거든요…
    학교에 심은 나무는 봄볕을 잘 받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1. 아무래도 나무가 얄라님을 무지 좋아하는 듯.
      그런 큰 비밀을 얄라님에게 일러준 걸 보면 말예요.
      하긴 흐린 날일수록 그림자를 안으로 품어야 흐린 날을 넘어갈 수 있으니 말씀이 정말 마음에 와 닿네요.
      우리도 나무 하나를 어디 산에다 갔다 심어놓고 가끔 찾아가볼까 그러고 있어요.

  2. 뿌리를 흙 위에 드러낸 나무는 겉마음을 보인 거구요,
    흙속에 깊이 숨긴 녀석은 속마음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1. 어떻게 찍다 보니 뿌리가 드러난 나무가 찍혔군요.
      속마음을 너무 드러내면 죽어버리니
      다음에 나무를 만나면
      숨겨두는 마음도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해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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