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의 동쪽 부분 둘러보기

5월 1일 노동절날,
대부분의 직장이 쉴 것이라 예상을 하고
아는 분들과 남한산성 산행 일정을 잡았다.
모두 모이면 여덟 명이 전체 인원이 되는 모임이다.
네 부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셋이 빠지고 말았다.
일정을 미룰까 하다가
전부가 모일 수 있는 시간을 맞추려다간
올해 안에 산에 가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시간 낼 수 있는 사람들끼리 가기로 했다.
모두 다섯이 모여 일행중 한 사람인 홍순일씨네 차 한 대로 움직였다.

안내 지도 캡쳐 화면

등산 안내 지도에 돌아본 길을 표시해 보았다.
남한산성 로터리 부근의 주차장에선 이미 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기도 광주 방향으로 약간 내려간 곳에 주차를 했다.
그 다음엔 남문 옹성으로 가서 동문쪽으로 성곽을 타고 갔다.
동장대까지 간 뒤에 벌봉이 가까이 있으니 가보자고 꼬셔서
벌봉의 바위 위에 올라가 세상을 한번 둘러보았다.
봉암성을 돌아서 동장대로 다시 오려고 했으나
그녀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여 벌봉에서 곧바로 동장대로 돌아선 뒤
동장대에서 한참을 쉬었다.
그리고 동장대에서 숲길을 걸어 현절사 방향으로 나온 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저녁은 불당리로 들어가 주먹손두부집이란 곳에서 먹었다.
두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으며
막걸리를 한잔 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주차장 주변의 벚나무들 중에 늦게 꽃을 피워
지금 한창 때를 자랑하고 있는 나무가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꽃잎을 한줌씩
바람의 손에 쥐어주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주차장 근처에서 하얀 라일락 꽃을 만났다.
향기는 똑같은데 보라색 라일락과 달리
향기가 더 깔끔할 것만 같다.
물론 색 때문에 일어나는 심리적 효과에 불과할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남문의 옹성으로 가는 길이 한적하기 때문에
번잡함이 싫어 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보니 차들이 줄을 이어 몰려들고 있었다.
오늘 이곳의 주차장이 모두 찰 것만 같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차가 많이 밀려
여기까지 올라오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리곤 한다.
우리는 막히지 않고 잘 올라왔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남문 옹성에 도착한 뒤
성곽으로 올라서서 동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조금 오르다 뒤돌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북문쪽에서 남문으로 내려오는 성곽이 보인다.
이렇게 보니 상당히 가파르다.
언젠가 저 길을 걸어내려왔던 적이 있다.
남한산성은 한번에 다 돌아본 적은 없고
항상 반만 돌고 그만 두곤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조금 걷자 또다른 옹성을 눈앞에 두고 커다란 느티나무가 나타난다.
부채를 펴기만 하면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부채도사 나무이다.
그런데 꿰뚫어보기만 할 뿐 말을 해주질 않는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서쪽으로 보니 성남이 보인다.
성남도 서울처럼 온통 아파트 천지이다.
숲으로 나있는 길은 남쪽 옹성의 문을 나서
남한산성의 검단산으로 갈 수 있는 길이다.
봄에 이 길의 길가에서 예쁜 야생화를 많이 만날 수 있다.
하남에도 검단산이란 똑같은 이름의 산이 있다.
이름은 같지만 전혀 다른 산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일행중 홍순일씨와 송선자씨 부부.
왜 그러고 서 있어?
이렇게 아내를 올려다보며 존경스런 마음으로 살면 삶이 편해요.
둘이 둘의 사랑법을 과시하신다.
보기에 좋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걷다가 공부도 한다.
이 나무가 팥배나무구나.
박영수씨가 자기는 왜 이 나무가 팥배나무인줄 안다고 했다.
열매는 팥처럼 작고 꽃은 배꽃과 비슷하다고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여럿이 오니 누군가의 지식으로 나무 이름의 유래를 알게 된다.
이렇게 안 지식은 거의 까먹는 법이 없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다.
5월에 핀다니 곧 꽃을 보여줄 것 같다.
사실은 나무 공부도 공부지만
새집에서 새 한마리가 다리 하나를 문에 걸치고 우리를 내다보고 있었다.
우리 모두가 신기하게 그것을 구경하고 있는 중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산이 많이 푸르러졌다.
성곽이 완전히 전망대 구실을 해준다.
멀리까지 시계가 트이는 상당히 맑은 날이었다.
그렇지만 하늘이 푸르게 벗겨지지는 않고 흐릿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그녀와 박영수씨.
그녀에게 담에 기대면 성이 무너진다고 놀렸으나
개의치 않고 기대셨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잠깐 오르고 동문까지 계속 내리막이다.
경사가 아주 급하게 내려앉는 곳도 있다.
이곳에서 이정표를 세우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정표를 들고 여기까지 오는게 큰 일이었겠다 싶었지만
숲으로 난 찻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차로 왔을 것이다.
요즘은 힘드는 일은 사람들이 하지 않고
모두 차나 기계에게 맡기는 것 같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이제 좌익문이라 불리기도 하는 동문까지 거의 다왔다.
이쯤 오면 마주보이는 산의 거의 꼭대기쯤으로
산에 파묻힌 망월사가 보인다.
차로 올라갈 수 있는 절이기 때문에
밤에 와서 차로 올라간 뒤
망월사에서 달 구경을 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동문 바로 옆의 탁자에서 점심을 먹었다.
딱 1시간 걷고 점심이었다.
원래 조금 더 걸어올라가 숲속에서 먹으려 했으나
마침 빈 탁자가 있어서 자리를 탁자 위에 펴고
마련해온 김밥과 떡복이 등을 먹었다.
얘기도 길게 곁들였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점심을 끝내고는 다시 성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좀 경사가 가파르고 힘든 구간이다.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우리가 방금 내려온 성곽이 건너편 산의 숲속에서 눈에 들어온다.
시작은 쉽게 했으나 이제는 어렵게 오르막으로 오르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우리가 출발했던 남한산성 로터리 쪽도 보인다.
아래쪽으로 동문의 누각도 살짝보인다.
동문은 예전에는 자유롭게 드나 들었는데
어느 날부터 출입을 막고 있다.
동문과 달리 다른 문들은 모두 사람들이 출입하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올라가다 한곳에 무리를 지어 핀 각시붓꽃을 만났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갔다.
나도 줄을 섰다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날 만난 각시붓꽃 중에서 가장 예뻤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동문쪽의 옹성이다.
산성을 찾은 사람들이 암문으로 나가
나무 그늘 아래서 식사 중이다.
점심이 우리보다 한 시간이 늦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동장대를 향하여 계속 걸음을 옮긴다.
거의 동장대 가까이 올라와서 올라온 성곽을 내려다본다.
우리가 올라온 길이 누군가에겐 내려가는 길이다.
같은 길이지만 방향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올라가는 힘겨운 길이고,
누군가에겐 고개를 올라와 이제 내려가기 시작하는 수월한 길이다.
같은 길에서 힘겨움과 편안함이 스친다.
평지는 어떻게 보면 힘겨움도 없고, 편안함도 없는,
말하자면 중화된 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동장대에서 조금 쉬다가 일행을 꼬셔
여기서 벌봉이 멀지 않으니 그곳을 둘러보고 가자고 했다.
짧지만 벌봉 바로 직전의 숲길이 아주 좋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다들 그러자며 순순히 따라 나선다.
다섯이 모두 벌봉의 바위 위에 올라가 훤하게 트이는 세상을 둘러보았다.
멀리 서울의 남산도 보인다.
딱 다섯이 올라가면 꽉차는 바위이다.
좀 아찔아찔하기도 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바위에서 내려오니 꽃이 지고 난 뒤 잎이 나온 진달래 가지가
이 바위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하고 바위 안내를 해주신다.
하지만 진달래 잎의 푸른 언어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원래 봉암성을 돌아보면서 다시 동장대로 돌아가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그녀가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봉암성으로 올라가는 것은 취소하고
곧바로 동장대 방향으로 다시 돌아섰다.
남한산성은 어디서나 일정을 마음대로 늘리고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방향을 돌리는 바람에
잠깐 길이 아닌 곳을 질러가야 했다.
그 바람에 그곳에 있던 개구리 한마리가 놀랐다.
놀라서 몸을 움직인 개구리는 곧바로 우리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가랑잎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완벽한 보호색을 갖춘 갈색 개구리였기 때문이다.
움직이지만 않았다면 도저히 가랑잎과 구분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동장대에서 사탕도 까먹고 물도 좀 마시고 하면서 한참을 쉬었다.
탁자 하나가 비어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좋았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 것은 사진을 찍느라고 뒤로 쳐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람들 다 모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네다섯 명만 모이면 오늘처럼 산행을 하자는 말도 나왔다.
그다지 힘들지도 않고 요런 정도의 가벼운 남한산성 산행은 아주 괜찮은 것 같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북문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꾸어
동장대에서 새로 내놓은 숲길을 걸어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온통 진달래 나무이다.
진달래 꽃이 필 때 오면 완전히 환상적인 길이 될 듯 싶었다.
남한산성이 좋은 길을 많이 품고 있다.
길을 내려가다 서어나무의 꽃과 잎을 만났다.
서어나무는 키가 커서 이렇게 내려다보기 어려운데
다행히 꽃과 잎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서어나무는 꽃이 먼저피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꽃만 피었을 때의 모습도 궁금해진다.
그 모습을 만나는 것은 내년으로 미루어야 했다.
올해는 나무 중에서 서어나무와 팥배나무의 이름을 알아놓은 듯 싶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거의 다 내려온 뒤 현절사란 절의 앞쪽에서 귀룽나무를 만났다.
멀리서 보면 아카시아꽃과 비슷한데 꽃피는 시기가 다르고
자세히 보면 꽃의 모양도 많이 다르다.
연하게 향기도 났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남한산성 성곽 걷기의 마지막 일정은
우리의 모임이 항상 그래왔듯이 얘기와 한잔의 술로 채워졌다.
우리가 찾은 곳은 송선자씨가 알고 있는
남한산성 불당리의 주먹손두부집이었다.
나는 남한산성에서 몇 번 음식을 먹어본 뒤로
이곳에서는 음식을 잘 먹질 않는다.
비싼데다 맛도 별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간 주먹손부두집은
두부맛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값도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술은 산성 막걸리를 처음으로 마셔보았다.
술맛도 괜찮았다.
상당히 많이 마셨고, 상당히 많이 떠들었다.
언제나처럼 오늘도 하루를 아주 즐겁게 보냈다.
참가못한 사람들은 오늘 요거 보면 배좀 아플거다.

7 thoughts on “남한산성의 동쪽 부분 둘러보기

  1. 들렀다 왔어요.
    착하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미모에 반한 거더구만.
    사랑이란 예쁜 미모를 빨아먹고 사는 것이니 탁월한 선택이라 할만하오.
    잘 살기를.

  2. 위에서부터 꼼꼼히 읽고 보고 했는데
    두부사진 보고 나니 위에 내용은 다 까먹었어요~~~~!!!
    울 아그들도 두부 완전 좋아라하는뎁..
    저녁에 아쉬운대로 두부김치라도 해묵어야겠어요..ㅜㅜ

    1. 언제 미모의 두 따님들 데리고 온가족이 출동하여 여기서 한번 만나야죠.
      여기 꽃도 천지여서 따님들이 정말 좋아할 듯 싶어요.
      성곽 올라가는데 성의 구멍으로 바람이 솔솔 들어와서 그것도 신기하더라구요.
      구멍하나씩 꿰차고 땀식히기 이런 거 하면 재미날 듯.. ㅋㅋ

  3. 좋은 나들이 하셨군요
    그러네요 늦게 핀 벚꽃…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꽃잎을 한줌씩
    바람의 손에 쥐어주고 있었다./
    표현이 멋집니다…^^
    부채도사 나무…두부요리… 다 좋아 보여요
    각시붓꽃은 너무 이뻐서요….

    1. 공사만 아니었으면 더 괜찮았을 텐데.. 여기저기 공사를 벌려 놓았더라구요.
      항상 네 부부가 함께 모였는데 셋이나 빠지기는 이번이 처음인 듯 싶어요.
      사실 남한산성의 풍경도 좋았지만 사람들이 함께해서 더 좋은 모임이라는.

  4. 아이쿠, 과연 배가 몹시 아픈데요.^^ 저는 두 해 전쯤 산성을 북문에서 시작해
    서문-남문-동문으로 해서 한 바퀴 돈 적이 있는데, 동문 쪽은 진짜 오르내림이
    꽤 있고, 코스가 제일 길더군요. 아직 산성에서도 안 가 본 길이 더 많은데, 다음엔
    빠지지 않고 따라다니면서 산성 나들이에 푹 젖어야겠어요. 두부도 먹어야죠.^^

    1. 5월에는 전시회에서 다시 한번 모여보면 어떨까 싶구요…
      6월에는 홍대에서 Rock 밴드 공연을 한번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낮모임을 한번 가졌으니 이번에는 야밤 모임을.. ㅋㅋ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