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의 어느 벌판,
논두렁의 경사면에서
한 할머니가 김을 매고 계시다.
할머니가 하루 종일 뽑아낸 풀들이
콘크리트 농로에 잔뜩 널려 말라가고 있었다.
날은 더웠다.
하루종일 땀깨나 쏟으셨을 것이다.
할머니는 가끔 일손을 멈추고
멀리 시선을 둔채 휴식을 취하곤 한다.
논의 피를 뽑는 것도 아니고
논두렁의 풀을 뽑아서 뭘 하시려는 걸까.
조금 더 걸음을 옮기고 나서야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할머니가 풀을 뽑고 난 자리는 콩밭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한쪽 논두렁의 절반을 밭으로 일구어낸 할머니가
지금은 나머지 절반을 다시 밭으로 일구어가고 계신 중이었다.
아마도 자식들은 논으로 나가는 어머니를 말렸을 것이다.
그러면 어머니는 아, 노는 몸 그냥 두면 뭐하겠니 하면서
한 이틀 몸 놀리면 논두렁 반은 밭이 된다 하셨을 것이다.
할머니의 노동은 풀밭을 콩밭으로 바꾼다.
왼쪽의 논두렁은 이미 콩밭이 되었고,
이제 오른쪽의 논두렁도 콩밭으로 바뀔 것이다.
그 자리에 콩을 심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내 기억에 대개 논두렁에는 콩을 심었다.
콩의 뿌리에서 질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천연 비료가 논에 공급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콩잎의 희생으로 병충해를 막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콩잎은 유난히 벌레 먹은 잎들이 많았던 것도 같다.
할머니의 논과 그 아래쪽 논의 사이에 서본다.
할머니의 논쪽 논두렁 경사면이다.
풀이 뽑혀 어느 정도 말끔한 밭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곧 이곳에 무엇인가 심을 것이다.
바로 아래쪽 논의 논두렁 경사면이다.
온갖 잡풀이 가득이다.
어느 집은 그냥 논 하나를 가꾸는 것도 벅찰 것이다.
내가 자랄 때 경험했던 그런 논두렁은 아니다.
폭이 넓어 걸어다니기에 좋다.
버려두면 작은 풀밭의 세상이었을 이곳이
할머니의 노동으로 풀밭에서 콩밭으로 바뀌고 있었다.
잡초가 무성한 세상을 콩밭으로 바꾸는 힘,
하루종일 구부리고 일하시던 할머니의 노동이었다.
4 thoughts on “풀밭과 콩밭”
풀밭 투성이였던 논두렁을 가꿔 소출을 내고 논에 천연 질소 비료까지 공급하는
콩밭을 가꾸시는 할머니의 고단하지만 보람스런 노동이 대단한 결과를 가져오는군요.
완전히 몸에만 의존하여 야금야금 밭을 개척해가는 느낌이었어요.
이날 날이 흐려서 그런지 밭매는 분들이 상당히 많더라구요.
오잉?
강화도를 언제 가셨어요?
논두렁 밭이 상당히 넓게 생기네요…
선원사지라고 연꽃 단지가 있는데
이때쯤 꽃이 좀 피었지 않을까 싶어서 가봤는데
그다지 많이 피지는 않았더만요.
김포는 완전히 아파트 짓느라고 난리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