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동쪽 끝에서 살아 강원도가 가깝다보니
다른 곳에 비해 강원도의 산들을 많이 올랐다.
손에 꼽아보면 오대산, 설악산, 치악산, 태백산이 있다.
손에 꼽고보니 이들 네 개의 산이
강원도에선 가장 유명한 산이 아닐까 싶어진다.
설악산을 빼놓고는 모두 겨울에 찾아갔었다.
오르는데 가장 수월하기로는 태백산이었다.
두 번을 올랐는데 모두 2월이었다.
2002년에 아이를 데리고 한번 오르고
2006년에 오를 때도 알고 지내는 홍순일씨네 아이들이 함께 했었다.
두 번의 등반길에 찍어온 사진을 보니
같은 곳에서 겹쳐지고 있는 사진이 몇 장 있다.
4년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두 풍경을
앞에 세웠다 뒤에 세웠다하며 들여다 보았다.
허리를 약간 비틀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던 나무.
몸의 애교는 그대로 였으나
머리털이 좀 빠져있었다.
바람에게 이쪽으로 가시오하고
알려주고 있던 나무.
같은 나무인데 방향이 정반대이다.
2002년에는 올라갈 때 찍은 것 같고
2006년에는 나무를 지나친 뒤 내려다보며 찍은 것 같다.
2002년에는 바람에게 갈 곳을 알려주던 나무가
2006년에는 해에게 저쪽으로 지는 것이 어때하고
석양의 방향을 권고하고 있었다.
바람이 방향을 묻자
아 몰라 몰라, 그냥 니네 마음대로 쏘다녀 하고 있던 나무.
딸이 이 나무 밑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방향을 종잡지 못했던 나무는
4년 뒤에도 여전히 방향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정상으로 올라가다 북쪽으로 본 모습이다.
위의 사진과 같은 지점인가 싶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산세가 겹친다.
위의 사진보다 약간 더 오른쪽으로 초점이 옮겨져 있는 사진이다.
마찬가지로 북쪽으로 바라본 모습이다.
산등성으로 타고 가는 눈덮인 길이 하나 보이는데
무슨 길인지는 모르겠다.
그 길만 눈이 하얗다.
눈에 덮이면 산의 윤곽이 좀더 날카로워진다.
각을 곤두세운다고 할까.
산은 겨울엔 눈이 오기 시작하면서 신경이 곤두서 있다가
눈이 녹으면서 마음을 부드럽게 무마시켜 봄을 맞는다.
역시 북쪽으로 본 모습이다.
중간에 하얗게 표백되어 있는 부분이 보이는데
어떤 곳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당골 쪽에 있는 눈썰매장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2006년에도 멀리 하얗게 표백이 된 부분은 여전하다.
하지만 어떤 곳인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정상을 눈앞에 둔 부분이다.
멀리 천재단이 보인다.
2006년에는 2002년과 달리
정말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풍경은 비슷하다.
언제 또 태백산을 찾게 될지 모르겠다.
강원도의 다른 산들은 모두 버스를 타고 찾아갔었는데
태백산만 승용차를 갖고 갔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하는 첫버스가 있으니
그걸 타고 내려가면 태백산도 충분히 하루에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다.
한번 그렇게 다녀오고 싶다.
이번에는 갈 때 미리 예전 사진을 미리 들춰보고
산을 눈에 익혀볼 생각이다.
만약 아이폰이 생긴다면 산의 나무와 풍경을 담아갖고 가도 될 것이다.
그러면 마치 사진 속에서 처음만난 태백산을
실제로 만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