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과 2006년의 태백산

서울의 동쪽 끝에서 살아 강원도가 가깝다보니
다른 곳에 비해 강원도의 산들을 많이 올랐다.
손에 꼽아보면 오대산, 설악산, 치악산, 태백산이 있다.
손에 꼽고보니 이들 네 개의 산이
강원도에선 가장 유명한 산이 아닐까 싶어진다.
설악산을 빼놓고는 모두 겨울에 찾아갔었다.
오르는데 가장 수월하기로는 태백산이었다.
두 번을 올랐는데 모두 2월이었다.
2002년에 아이를 데리고 한번 오르고
2006년에 오를 때도 알고 지내는 홍순일씨네 아이들이 함께 했었다.
두 번의 등반길에 찍어온 사진을 보니
같은 곳에서 겹쳐지고 있는 사진이 몇 장 있다.
4년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두 풍경을
앞에 세웠다 뒤에 세웠다하며 들여다 보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2년 2월 1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허리를 약간 비틀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던 나무.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몸의 애교는 그대로 였으나
머리털이 좀 빠져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2년 2월 1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바람에게 이쪽으로 가시오하고
알려주고 있던 나무.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같은 나무인데 방향이 정반대이다.
2002년에는 올라갈 때 찍은 것 같고
2006년에는 나무를 지나친 뒤 내려다보며 찍은 것 같다.
2002년에는 바람에게 갈 곳을 알려주던 나무가
2006년에는 해에게 저쪽으로 지는 것이 어때하고
석양의 방향을 권고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2년 2월 1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바람이 방향을 묻자
아 몰라 몰라, 그냥 니네 마음대로 쏘다녀 하고 있던 나무.
딸이 이 나무 밑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방향을 종잡지 못했던 나무는
4년 뒤에도 여전히 방향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2년 2월 1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다 북쪽으로 본 모습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위의 사진과 같은 지점인가 싶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산세가 겹친다.
위의 사진보다 약간 더 오른쪽으로 초점이 옮겨져 있는 사진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2년 2월 1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마찬가지로 북쪽으로 바라본 모습이다.
산등성으로 타고 가는 눈덮인 길이 하나 보이는데
무슨 길인지는 모르겠다.
그 길만 눈이 하얗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눈에 덮이면 산의 윤곽이 좀더 날카로워진다.
각을 곤두세운다고 할까.
산은 겨울엔 눈이 오기 시작하면서 신경이 곤두서 있다가
눈이 녹으면서 마음을 부드럽게 무마시켜 봄을 맞는다.

Photo by Kim Dong Won
2002년 2월 1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역시 북쪽으로 본 모습이다.
중간에 하얗게 표백되어 있는 부분이 보이는데
어떤 곳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당골 쪽에 있는 눈썰매장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2006년에도 멀리 하얗게 표백이 된 부분은 여전하다.
하지만 어떤 곳인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Photo by Kim Dong Won
2002년 2월 1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정상을 눈앞에 둔 부분이다.
멀리 천재단이 보인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4일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2006년에는 2002년과 달리
정말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풍경은 비슷하다.
언제 또 태백산을 찾게 될지 모르겠다.
강원도의 다른 산들은 모두 버스를 타고 찾아갔었는데
태백산만 승용차를 갖고 갔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하는 첫버스가 있으니
그걸 타고 내려가면 태백산도 충분히 하루에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다.
한번 그렇게 다녀오고 싶다.
이번에는 갈 때 미리 예전 사진을 미리 들춰보고
산을 눈에 익혀볼 생각이다.
만약 아이폰이 생긴다면 산의 나무와 풍경을 담아갖고 가도 될 것이다.
그러면 마치 사진 속에서 처음만난 태백산을
실제로 만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