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꽃을 이렇게 헝클어 놓았어?
당장 똑바로 펴!
이게 다 핀 건데..
때로 어떤 꽃은
가장 헝클어져 있을 때
가장 예쁘다.
우리한테는 그저 헝클어진 모습만 눈에 들어오지만
이 꽃도 알려고 드니 끝이 없었다.
우선 이 꽃은 선인장 코너에 있었다.
그러니 선인장이 피운 꽃일 것이다.
이름은 변경초라고 되어 있다.
변경이 아주 외진 변두리라는 뜻은 아니다.
한문으로는 弁慶草이다.
고깔변에 경사경이다.
경사스러운 일이 있어 고깔쓰고 나와 춤추고 있는 꽃이란 뜻인가.
꽃이 고깔 모양으로 보이진 않아서 이름은 납득이 되질 않았다.
이름이 한가지가 아니다.
비관과 홍응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비관(緋冠)은 비단으로 만든 갓이란 뜻이며
같은 한자가 붉은 빛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 비단의 색은 붉은 빛으로 추정된다.
꽃이 붉어서 이 이름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홍응(紅鷹)은 붉은 매란 뜻이다.
붉은 색에는 동의가 되었지만
매라는 얘기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같은 한자가 닭벼슬도 뜻한다는데
붉은 닭벼슬이라고 하면 끄덕거려줄 용의가 있다.
학명은 Senecio sempervivus grantii이다.
이 학명의 이해는 아주 복잡했다.
첫 단어인 Senecio(세네시오)는 이 꽃이 국화과의 일종임을 슬쩍 알려준다.
그러나 동시에 sempervivus(셈페르비부스)는
이 꽃이 돌나물과 연관되어 있음을 내비친다.
잎이 돌나물과 비슷하다고 한다.
영어 단어로 검색하여 찾아보니 실제로 그렇다.
아마도 꽃을 봐선 국화과인데
잎을 보니 돌나물과로 마음이 흔들린 듯하다.
마지막에 있는 grantii(그란티)는
한 탐험가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붙인 이름으로 추정된다.
다육식물에 속한다.
다육이란 말에서 즙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고향은 아프리카 동부 지방이다.
꽃은 아름답게 헝클어졌는데
이것저것 알아가다 보니 머리 속은 어지러워졌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일까.
그냥 꽃만 보고, 보이는 만큼 아는 것이 더 좋았다.
나에겐 그냥 헝클어질수록 더욱 아름다운 꽃이다.
4 thoughts on “헝클어진 아름다움”
아, 누가 저걸 꽃이라고 알아봤을까요?
저는 처음엔 수세미나 털실 나부랭이쯤이겠거니 했다가 큰코 다쳤습니다.^^
봄에 갈 때마다 꼭 이 꽃을 보았는데 이름이 뒤섞여 있어서 이 이름이 얘 이름인지 저 이름이 얘 이름인지를 알 수가 없더라구요. 올해는 딱 구별이 되게끔 되어 있더군요. 이름이 많아서 헷갈려요.
꽃 하나에도 탐구력이 아주 ^^.^^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려고 하는 마음이 곱습니다`~~
구글 덕택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