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계절은 짧고
잎의 계절은 길다.
누군가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지만
꽃과 잎의 관계는 시간으로 보면
인생과 예술의 관계와는 정반대이다.
예술처럼 피는 꽃의 시간은 짧고
꽃이 진 자리를 지키며
우리의 삶처럼 끈질지게 이어지는
잎의 계절은 길다.
꽃과 잎의 입을 빌었더라면
아마도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꽃이 지고 나면
나무의 이름을 알기가 어려워진다.
잠깐 보는데도
우리는 짧은 시간의 꽃으로 나무를 안다.
잎은 한해내내 보는데도
잎으로 나무를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 잎으로 나무를 알아볼 때가 있다.
진달래가 그렇게 알아보는 나무 중의 하나이다.
나무를 알아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잎의 모양이 아니라 시기이다.
5월에 잎만 무성한 나무를 만났는데
그 잎이 진달래인지 철쭉인지 헷갈린다면
그건 진달래이다.
시골서 자랄 때는 자리로 나무를 기억했었다.
학교 운동장 한켠의 커다란 나무는 플라타너스였다.
그곳이 플라타너스의 자리였기 때문에
잎이 피거나 지거나에 관계없이
언제나 그 나무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숲은 나무들의 세상이어서
그렇게 나무의 자리를 꼭집어 정해놓을 수가 없다.
잎의 계절이 왔으니
이제는 이름으로 나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진달래는 만나면
잎만으로도 한해내내 반가울 수 있다.
2 thoughts on “잎의 계절”
올해는 신록이 한두 주 조금 일찍 찾아온 것 같습니다.
진달래와 철쭉은 설명을 들어도 볼 때마다 헷갈리는데,
아무래도 감이 떨어지는 모양이에요.^^ 나무 이름은 잘 몰라도
겨우내 기다리던 신록의 산길은 즐겁기 그지없죠.
봄에 꽃필 때는 한두 번 산을 찾았는데 올해는 한번도 산에 못가고 있네요. 대신 아파트 마당의 느티나무에서 신록의 소식을 대신 듣고 있습니다. 원래 이맘 때쯤 옆의 아파트에 나무들이 상당한 신록을 자랑하는데 올해는 가지치기를 해서 영 시원찮습니다. 그래도 신록은 신록이라 볼 때마다 눈이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