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 저동항에서 맺은 인연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10월 20일 울릉도 저동항에서

2013년 10월에는
아는 사람들과 울릉도에 놀러갔었다.
하룻밤을 자고 난 뒤에
부랴부랴 다시 짐을 챙겨 나와야 했다.
한번 묶이면 일주일 동안 꼬박
섬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태풍 소식 때문이었다.
들어가던 날의 흐린 날씨가
다음 날은 완연한 빗발로 바뀌어 있었다.
뱃시간을 남겨놓고 그래도 울릉도에 왔는데
회 한 접시는 먹고 가야 하지 않겠냐며
비오는 저동항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녔다.
문연 집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항구의 한켠에서 겨우 문을 연 집을 하나 발견했다.
강릉수산이란 작은 간판을 달고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반겨주었다.
시켜놓은 회를 먹으며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아 말을 섞게 되었다.
원래 여기 울릉도 분이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했다.
울산 태생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그 먼 곳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냐고 했더니
다 남편을 사랑한 때문이라고 했다.
단 하루의 경험만으로 울릉도에서 산다는 것이
만만찮은 일이란 것을 알게 된 우리는
아니, 얼마나 사랑했길레
울릉도도 마다않게 되었냐고 다시 물었다.
아주머니는 그때는 남편의 몸에서 나는
비린내도 향기로웠다고 했다.
우와, 사랑을 아시는 분이다.
우리는 모두가 감탄했다.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비린내도 향기로 바꾸어놓는 마력같은 것이다.
누군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하여
내가 왜 이년저년하고 그러냐고 농담을 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그래도 여기 일행 중에는 이년하고 저년은 있어도
쌍년은 없는 것 같으니 아주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주머니의 유머에 여러 차례 웃었다.
아주머니 덕에 울릉도에 대해 여러가지도 알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회만 팔고 술을 시키면 다른 곳에서 술을 들고 왔다.
야채는 또 다른 곳에서 왔다.
그래서 왜 한꺼번에 모두 팔지를 않냐고 했더니
울릉도는 좁아서 한 사람이 독점을 하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가 없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회파는 사람은 회만 팔고, 술파는 술만 팔고,
또 야채파는 사람은 야채만 팔면서
서로 함께 먹고 사는 곳이 울릉도라고 했다.
들어올 때 배멀미가 겁나서 멀미약을 먹었는데
멀미약을 먹는게 나은지 술을 한잔하면서 가는게 나은지 물었더니
술을 한잔 하면서 가는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술에 취하면 어차피 비틀거리게 되고
비틀거리는 몸이 일렁이는 파도에 스텝 맞추게 되면서
멀미를 안하게 되는 것 아니겠냐는
그럴 듯한 이론을 내밀었다.
아주머니 말대로 나오는 내내 배 안에서 술을 마시며 나왔다.
울릉도에서 맺은 기억에 남을 인연이었다.

2 thoughts on “울릉도의 저동항에서 맺은 인연

  1. 모처럼 배 타고 한참 들어가신 김에 다른 분들의 사정과는 관계없이
    그때 발이 묶여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주일 더 계셨어야 했는데요.^^

    1. 공교롭게도 이때는 제가 제일 바빴지 뭐예요. 겨울에 가서 한 보름 지내고 오는 것도 환상이라고 하더군요. 눈내리면 끝내주는가 보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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