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이들의 기억이 된 보컬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3월 8일 서울 홍대 거리의 롤링홀에서

홍대 거리의 롤링홀에서 록밴드들의 공연이 있었다.
이곳에서의 밴드 공연은 늘상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다른 때와는 약간 달랐다.
공연은 <열일곱살의 버킷 리스트>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었으며,
ADHD의 무대로 마무리되었다.
ADHD는 홍대에서 활동 중인 밴드가 아니다.
이 밴드의 이력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4반 박수현군의
단원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말하자면 ADHD는 박수현군이 활동하던 학교 밴드이다.
박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남긴 노트속에서
아들이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발견했고,
그 중에 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이번 공연이 <열일곱살의 버킷 리스트>라는
이름아래 이루어진 사연이기도 하다.
멤버는 모두 8명이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그중 다섯 명을 잃었다.
박수현, 홍순영, 오경미, 김건우, 이재욱이 그들이다.
이번에 공연에 나선 3명은 나지훈과 김재성, 김제강이다.
셋은 단원고가 아니라 다른 학교로 진학했다.
멤버들의 자리는 무려 다섯이나 비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그 자리를
걸출한 록밴드의 보컬들이 메꿔주었다.
브리즈의 강불새와 스팟라이트의 진학이
그들의 빈자리를 먼저 채워주었고,
박수현군이 좋아했다는 마지막 곡 <크게 라디오를 켜고>의 보컬은
브로큰 발렌타인의 반과 게이트 플라워즈의 박근홍이 채워주었다.
록밴드의 보컬들은 모두 잃어버린 자리를 채우며
그들의 기억이 되었다.
때로 그렇게 록밴드의 기타리스트나 보컬들은
잃어버린 아이들의 자리에 서서
그들을 잊지 않으려는 기억이 된다.
사람들이 모두 그 기억에 환호를 보냈다.
이 기억은 길고 오래 갈 것이다.
아이들을 잃어버린 자리를
록밴드들이 그들의 기억이 되어
계속 채워갈 것이기 때문이다.

2 thoughts on “잃어버린 아이들의 기억이 된 보컬

  1. 페북에서 이 공연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몇 개 읽었는데, 록밴드들이 참 좋은 일을
    했네요. 원 멤버 여덟 가운데 다섯이나 잃었다니,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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