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간을 내 제천의 청풍호로 놀러갔다. 그녀와 딸도 함께한 여행이었다. 청풍문화재단지 구경마치고 가까운 동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길가 식당의 번잡함이 싫다고 동네로 들어가서 식당 하나를 골랐다. 할머니가 혼자 하는 식당이었다. 그녀와 나는 콩국수를 시키고 딸은 칼국수를 시켰다. 할머니가 콩국수는 소금으로 간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 소금, 미원이었다. 한 젓가락을 뜨는 순간, MSG의 향취가 강렬했다. 소금 대신 미원으로 간을 하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또 소금이라며 미원을 내주신 것이었다. 내가 그것으로 간을 맞추려 하자 조금 집어서 맛을 본 그녀가 황급히 내 손을 잡으며 제지를 했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소금이 아니라 미원이라고 했다. 그녀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웃음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나는 웃다가 먹다가 하면서 먹었다. 그래도 그릇을 다 비웠다. 내 할머니 같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칼국수 밀줄 모른다고 은근 자신의 칼국수 솜씨를 자랑하셨다. 칼국수는 면발이 아주 부드럽고 맛있긴 했다. 콩국수에서 자꾸 호박이 나오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칼국수를 시켰어야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혹시나 우리 떠난 뒤에 아이고, 이런, 내가 소금 대신 미원을 내줬네, 이걸 어째하고 웃으셨을지 모르겠다. 우리 전에도 손님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의 표정도 이상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식당을 나온 다음에 다음에는 칼국수를 시켜야 겠다고 했더니 그녀가 다음에 또 오게야 되겠냐고 했다. 그녀는 속이 니글거린다며 오후 내내 계속 음료를 찾았다. 그래도 미원맛 콩국수 얘기로 나머지 하루 동안 몇 번 웃을 수는 있었다.
2 thoughts on “미원맛 콩국수”
귀여운 니글니글 스토린데요.^^
관광지 놀러가면 먹을 곳을 고르는게 큰 골치인데.. 이날은 식당은 잘 골랐는데 메뉴 선정에 실패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