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몇 번 수수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밥에 수수가 섞인 밥이다.
찰기가 높아 맛있을 수밖에 없었고,
수수는 씹히는 맛도 좋았다.
가을이 되면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이 수수였고,
가을에 만나는 익숙한 농작물 가운데 하나였다.
요즘의 가을 들판에선
이 수수가 남다른 패션을 자랑한다.
모두가 양파나 뒤집어씀직한
그물 망태기를 뒤집어 쓰고 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수수의 이 그물 망사 패션은
그 이유를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범인은 보나마나 참새 녀석들일 것이다.
녀석들이 수수맛을 아는 것이다.
아마도 어지간히 수수를 밝혔나 보다.
곁에 논들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는데도
어느 밭에서나 수수가 그물 망사를 뒤집어 쓰고 있다.
요즘의 수수는 참새가 다시는 입맛 때문에
푸르고 붉은 망사 자루를 뒤집어쓰고 가을을 지난다.
이름과 달리 수수하질 않고
특별난 맛을 가진 때문이다.
이 가을의 들판에선
너무 맛나면 망사를 써야 한다.
참새에게 이제 수수는 그림의 떡이다.
2 thoughts on “수수의 맛”
저도 어렸을 때 가금 수수밥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맛은 기억이 안 나네요.^^
5일장 같은 데서 수수 파는 거 보면 한 웅큼 집어오고도 싶은데,
그 옆에 있는 콩들에 우선순위를 뺏겨 막상 맛본 진 정말 오래됐네요.
이렇게 힘들게 익어가는 걸 알게 됐으니 올가을엔 한 웅큼 사 먹어야겠습니다.
저도 자주는 못먹었는데 상큼했던 것으로 기억이 되요. 어렸을 때는 조밥도 먹어보고 그랬는데 콩얘기를 하시니 커다란 콩이 들어가 있던 밥도 생각이 납니다. 사실 감자도 앉혀서 먹곤 했었죠. 맛은 수수밥이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