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그러니까 2004년 11월 10일,
그녀와 나는 주천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그 길로 들어섰는지 그것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한 것이
우리들이 그 곳을 지나가게 된 연유였다.
풀리지 않는 의문은 우리가 그 길을 통해 동해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날 주문진에 들리고 속초까지 갔다고 적어놓은 것을 보면
아마도 주천을 거쳐 평창으로 향한 뒤 진고개를 넘어간 것 같다.
그 날의 사진은 그 날 다리 위에서 옆으로 펼쳐진 풍경에 차를 세우고
그곳에서 보낸 30여분의 시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전의 기억은 좀체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사진을 보니 그날의 흐릿하던 날씨와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보낸 짧은 시간의 기억은 뚜렷해진다.
원래 섶다리가 주천에도 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섶다리하면 내게 있어 떠오르는 지명은 정선이나 영월이다.
주천의 주는 술주이다.
술이 강이 되어 흐르는 술의 강이 주천인 셈이다.
이곳에는 실제 지명이 무릉과 도원인 마을이 있다.
내가 클 때만 해도 주천은 영월에 비하면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오지였으나
지금은 강을 낀 풍경과 계곡 때문에
영월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다.
물이 있는 곳에는 고기만 노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몰린다.
운치는 있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위태위태하다.
그러나 그 불안한 흔들림이 사실은 섶다리의 매력이다.
섶다리는 솔잎의 향으로 엮어놓은 다리이다.
솔잎의 향에 쌓여 다리를 건너면
건너편에서 억새가 손을 흔들어 사람들을 반긴다.
섶다리는 또한 사람의 다리이다.
물이 차가운 겨울에 사람의 체중을 받쳐들고
묵묵히 봄을 기다린다.
데칼코마니.
섶다리의 한가운데서 바라본 풍경이다.
하늘이 강으로 내려앉았으며,
강은 그 위에 산과 나무까지 모두 받아들여 넉넉한 품이 된다.
그 때문인지 초겨울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의 느낌은 따뜻하다.
섶다리를 놓은 이유는
그 따뜻한 느낌으로 겨울을 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4 thoughts on “주천, 섶다리의 추억”
남쪽 섬의 사진도 좀 찍어 주세요. 오신다면 숙박과 식사는
걱정마시구요.
아니, 뉘시온데 그런 황송한 말씀을.
댓글에서 몇번 이름을 뵌 적은 있지만…
남해는 섬들이 너무 아름다워요.
남해금산에서 일출을 찍을 때의 기억은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는 카메라가 후져서 별로 좋은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요.
오늘은 지난해 군산의 선유도 갔었을 때의 사진을 올려야 겠네요.
그때도 너무 좋았었죠.
영화속에서 보던 그 다리네요?^^
무슨 영화였더라..^^
솔가지를 얹은건 얼마 안되나봐요. 아직 푸른것이..
좋은곳은 다 찾아 다니시는군요. 옆에계신님이 넘 부럽네요.^^
사실 가고 싶은 곳은 남해인데 너무 멀어서 자주 못가요.
남쪽은 여수, 순천, 남해금산, 담양, 완도에 갔었는데 대부분 밤 10시 기차를 타고 혼자 내려가거나 차몰고 그녀랑 둘이 가죠.
그래도 너무 멀어서 부담이 되요.
서울 주변은 너무 개발이 되서 사진찍기가 쉽지 않아요.
언제 여수에 내려가 그 주변의 섬에 갔다오고 싶네요.
요즘은 목포 주변의 섬도 하루에 다녀올 수 있다고 하던데…
자는 것은 영 부담이 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