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과 배, 그 두 마음

Photo by Kim Dong Won
2004년 12월 17일 전남 순천만에서


뻘은 배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배는 하루 종일 뻘의 품에 묶여있다.
제 무게로 지긋이 뻘에 몸을 묻고
하루 종일 뻘에서 노닥거린다.
무료하지만 그러나 품안에 배를 두면
뻘은 중심이 잡히고 평온하다.
그러나 뻘은 또 배를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다.
사람들은 흔히 물이 밀려들면
그때부터 뻘은 잊고 바다를 보지만
사실 그건 바다가 아니라
배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은 뻘의 마음이다.
그 마음으로 뻘이 가득차면
그때부터 뻘의 마음은 잘 보이질 않고 온통 바다만 눈에 들어온다.
뻘은 배에게 자유를 줄 때면 항상 두렵다.
배에게서 자유의 바다만 남고 자신은 깨끗이 지워져 버릴까봐.
그래서 뻘은 평생을 배를 묶어두고 싶은 마음과 풀어주고 싶은 마음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산다.

배는 뻘에 머문다.
자신의 무게를 눕히면
그 무게만으로 평온하게 중심이 잡히는 곳,
그곳이 바로 뻘이다.
바람이 아주 강한 날에도 그곳에 몸을 누이면
세상의 한가운데 있어도 흔들림이 없다.
그러나 배는 또 그 뻘의 품을 헤엄치고 싶다.
사람들은 밀물 때가 되면
이제 뻘에 물이 가득찼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 뻘의 품을 헤엄치고 싶은 배의 마음이다.
그러나 그 마음으로 뻘에 물이 가득차면
갑자기 어느 순간 뻘은 하나도 보이질 않고 바다만 일렁인다.
배는 그 자유의 바다에 몸을 띄울 때면 항상 두렵다.
그러다 뻘로부터 아득히 밀려나 영원히 바다를 떠돌게 될까봐.
그래서 배는 평생을 뻘에 머물고 싶은 마음과 바다를 헤엄치고 싶은 마음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산다.

Photo by Kim Dong Won
2004년 12월 17일 전남 순천만에서

4 thoughts on “뻘과 배, 그 두 마음

  1. 바다에 갔다온지 꽤 되어서인지 바다로 달려가고싶어요.
    9일에 아이들 쉬는 토요일이니까 동물원 가자고 계획했는데
    이 사진보니까 바다로 가자고 조르고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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