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프로 2019년 모델

Photo by Kim Dong Won
애플의 16인치 맥북 프로, 2019년 모델

맥북을 하나 장만했다. 애플의 노트북이다. 내가 가장 처음 장만한 노트북은 파워북 160이었다. 화면이 흑백인 초기의 애플 노트북이다. 하지만 나는 이 노트북으로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수많은 글이 이 노트북에서 완성되었다. 원래 이 노트북은 통신 기능이 없었는데 나는 모뎀을 달아서 이 노트북으로 통신을 했다. 전화선만 꽂으면 어디서든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메일 받는 것이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옛날에는 그것도 엄청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고장이 나지 않았으면 아직도 갖고 있었겠지만 결국은 고장이 나고 말았다. 요즘의 트랙패드가 아니라 트랙볼이란 것이 장착되어 있었던 고색창연한 모델이었다.
나의 두 번째 노트북은 애플의 맥북 2008년 모델이었다. 딸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사준 입학 선물이었는데 나중에 내 차지가 되었다. 나는 이 맥북을 많이 사랑했다. 이 맥북은 아주 독특한 모델이었다. 버튼 하나 누르는 것으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었고, 메모리와 내장 하드의 교체도 상당히 수월했다. 나는 돈이 생길 때마다 메모리를 업그레이드해주었고, 내장하드도 바꿔주었다. 그러다 딸이 새로운 맥북을 장만했을 때 딸에게 이 맥북을 양도받아 내장 하드를 SSD로 교체했다. 여전히 쓸만했다. 하지만 옛모델이라 한계가 있었다. 어느 날 음악 작업을 해보겠다고 이 맥북에 GarageBand를 깔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컴퓨터가 뻗어버렸다. 꺼놓았더니 다음 날 다시 깨어나기는 했다. 지금도 여전히 작동은 한다. 하지만 이렇게 불안한 컴퓨터에 큰 일을 맡길 수는 없었다.
맥북 2019년 모델을 하나 장만했다. 16인치 모델이다. 내가 처음 써보는 터치바와 터치 ID 모델이다. 그 얘기는 일단 로그인을 하고 나면 내 손가락 지문으로 패스워드 요구 작업을 대신할 수 있고, 음량의 조절을 손가락의 접촉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게 처음에는 거의 신세계처럼 느껴진다. 또 내가 처음 써보는 USB-c 모델이다. 주변 기기를 쓸 때 전송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나도 최신의 모델에 욕심이 있다. 하지만 최신의 모델은 아무리 싸게 구성해도 450만원 정도는 주어야 장만할 수 있었다. 과도한 가격은 손쉬운 포기를 부른다. 나는 2019년 모델과 타협했다. 145만원 들었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벤추라가 깔리는 모델이다. 애플의 최신 OS이다. 우리 집에는 이제 이 최신의 OS를 쓸 수 있는 맥이 하나도 없었다. 그간의 추세로 보면 다음 버전의 OS까지는 이 맥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당연히 벤추라를 설치했다. 어찌나 인터페이스가 대대적으로 바뀌었는지 설정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 몇 시간의 고투끝에 모든 설정을 거의 마무리지었다. 기분이 묘하다. 이러한 강력한 성능의 노트북은 내 생애 처음이다. 어디를 가도 끌어안고 함께 살 수 있는 동반자 하나를 구한 느낌이다. 이제 이 친구와 함께면 어디로 가든 두려움없이 세상을 떠돌 수 있을 것만 같다. 발열이 문제인 기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써보니 내 작업에선 발열이 심한 것 같지는 않다. 발열은 작업따라 다르다. 내 삶은 이제 컴퓨터에 죽고 못사는 인생이 되었다.
내 다음 목표는 클라우드 시스템의 구축이다. 어디서나 접속이 되는 나만의 저장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제공하는 저장 서비스를 신뢰하지 않는다. 내 자료를 누군가 다른 사람의 서비스를 이용해 저장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저장 공간은 나만의 것이어야 한다. 이건 좀 돈이 많이 든다. 그걸 만드는 날, 집은 저장장치의 거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나는 세상 어디에 있으나 집을 들락거릴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시대는 그게 가능하다. 내 친구 맥북이 나를 위해 아득한 거리도 마다 않고 어디에서나 내 집을 오가는 세상을 펼쳐진다. 일단 나는 언제 어디를 가든 마음이 이끌 때 집을 떠나도 된다고 나를 부추기는 친구를 하나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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