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르다.
동해의 어느 항구,
줄에 꽤어 높이 걸어놓은 생선 몇마리가
바람과 햇볕에 말라간다.
어부가 벌려놓았을 입 속으로
하루 종일 하늘을 들이키고 있지만
바다를 나와 조금씩 말라가고 있는 생선은
이제는 하루 종일 목이 마르다.
목마름,
바다 속을 유영하던 시절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멀고 먼 그 느낌,
그렇지만 물고기는 지금은 온몸으로 목이 마르다.
하늘이 푸른 날,
나는 종종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갈증이 목을 기웃거린다 싶은 순간에도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면
푸른 하늘은 잠시 내 갈증을 거두어가곤 했다.
물고기에겐 소용이 없다.
목마름만 더 커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리고 또 모르지.
하루 종일 하늘을 올려다보다
결국 하늘을 바다보듯 하는 날이 올지도.
아니, 더 나아가 바람이 흔들 때마다
하늘을 바다처럼 유영하게 될지도.
뒤집어 놓은 바다 삼아 하늘을 살게 될지도.
아니, 이미 그런 경지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짚어보니
언젠가 강원도 땅에서 황태 조림을 먹었을 때나
근래에 동네에서 노가리를 안주 삼아 생맥주를 들이킬 때
바다가 출렁한 듯한 느낌이 들었던 듯 싶다.
물기를 잘말린 그 황태와 노가리에서…
9 thoughts on “목마르다”
말라가는 몸을 보며
쩍 벌어진 그 입을 보며
목이 마름을 느끼는 것은 보는 이
이미 이 땅의 명을 놓은 이는 목마름조차도 뛰어넘었을 터
동원님 글 좋습니다. 사진도요 ^^
사진 정말 부지런히 찍으러 다니시는 거 같습니다.
저는 그냥 집근처나 잠시 나갔다 오는 처지예요.
노가리랑 맥주 마시며 바다의 출렁거림을 느끼시다닛.
글 쓰는 사람의 감성을 바다의 양만큼 가지고 계신 동원님 글 그래서 좋아요.
그 감성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아요.
오늘은 잡지 마감 때문에 forest님이 아예 못들어온다고 하네요. 그 소설을 읽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아핫, ‘forest님이 결혼했다’ 이런 생각하면서 키득키득 웃고 있어요.
또 몇 분만에 소심해졌어요 ㅠㅠ 아시죠? 절대 농담인 거.
에이, 내가 그 정도도 모를까.
forest님은 한번 그래보고 싶을걸요.
내가 종종 소설과 정반대로 속을 썩이거든요.
김동원님 글때문에 말려지는 저 생선들이 무지 슬퍼지네요.
여긴 비가 엄청 쏟아지고 있는데 서울도 그래요?
그냥 집에 있고 싶은 날이지만 새로 배우기 시작한 운동이 있어서
나가야하네요. 즐거운 하루되시길.^^
여긴 그저께 비가 많이 오고,
지금은 비오려고 준비하고 있는 날씨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