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번 청소기를 민다. 건너 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거르질 않는다. 지저분하게 사는 편이지만 맥북의 화면에 날벌레처럼 붙어 있는 먼지들을 견디지 못한다. 방바닥에 엎드려 눈에 보이지 않게 잠복하고 있을 먼지들도 내 신경을 거스르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까만 맥북 화면에서 먼지들이 촘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맥북을 쓰고 있을 때는 먼지의 존재를 모른다. 화면이 까맣게 암전되어야 먼지들은 하얗게 그 존재를 드러낸다.
청소기는 무선 청소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먼지통을 갖춘 유선 청소기를 좋아한다. 쌓이는 먼지를 보는 즐거움 때문이다. 대개 해가 얼굴을 내미는 날 먼지통을 비우고 물로 씻는다. 부품 중에 스펀지로 된 부품이 있어 그 부품은 하나를 더 샀다. 말리는 시간이 길어서 하루에 다 마르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금방 갈아끼울 수 있다. 하나 더 있으면 항상 마른 여분의 스펀지 필터를 가질 수 있다. 스펀지만 빼면 먼지통의 다른 부분은 금방 마른다. 아침에 씻으면 저녁에는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먼지통을 청소하여 물로 말끔이 씻어내고 말린 다음 날의 청소를 좋아한다. 하루치의 먼지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먼지에서 형성되었다는 태양계의 시초를 보는 느낌을 갖곤 한다.
물걸레질은 좋아하질 않는다. 물걸레질을 할 때마다 무슨 노역처럼 느껴진다. 반면 청소기는 노역으로부터 나를 탈출시켜 주는 청소의 해방구 같은 느낌이다.
하루치의 먼지를 살펴보며 태양계도 이렇게 먼지를 빨아들이면서 시작되었겠지라고 중얼거린다. 먼지 구름의 하늘을 보며 너무 지저분하게 살지 말라는 잔소리가 있었고, 그때 나중에 태양으로 부풀 중력 청소기를 하나 사서 누가 하늘의 먼지를 청소한 것이 아니었을까 상상하기도 한다. 중력이 진공청소기 역할을 하면서 태양이 그 부피를 키웠다고 생각하면 진공청소기는 풍력으로 그 일을 잠깐씩 이뤄내고 있는 셈이 된다. 그러면 청소를 할 때마다 우주의 생성이 집구석에서 시작된다는 느낌이 든다. 모두 천문학적 발견과 그에 따른 지식이 가져온 결과들이다.
과학의 지식이 간섭을 하면 사실 어린 왕자 이야기는 말도 안된다. 소행성에서 살다가 왔다니. 중력이 충분하질 않아서 숨쉴 대기를 붙잡아 두기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가장 먼저 소행성 거주를 의심하게 만든다. 자기장도 없을테니 태양풍을 막아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여러모로 소행성은 거주에 부적합하다. 어린 왕자는 소행성에서 살지 않았을 것이다. 안드로메다의 어느 한쪽 구석에 자리한 지구형 행성을 고르는 것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청소기 먼지통의 하루치 먼지를 들여다보며 이 먼지를 도대체 몇 만년 어치 모으면 내가 거주할 소행성 하나를 장만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생각을 그만두게 된다. 어차피 소행성은 거주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냥 지구에서 매일 청소기 밀면서 사는게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