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의 색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6월 30일 경기도 양평의 옥천에서

봉숭아는 물들여서 손톱의 색이 된다. 아무 때나 물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봉숭아가 피어야 피로소 가능하다. 때문에 봉숭아의 색을 얻으려면 꽃이 필 때까지 때를 기다려야 한다. 물들이는 것도 쉽지가 않다. 하룻밤의 시간이 꼬박 걸린다. 매니큐어는 칠하는 것으로 손톱의 색이 된다. 마음 내키면 아무 때나 칠할 수 있다. 시간도 크게 걸리지 않는다. 이제 손톱의 색은 대부분 칠해서 얻어진다. 하지만 한때는 봉숭아로 물들여야 손톱 위에서 예쁜 색을 가질 수 있었다. 칠해줄 사람이 아니라 물들여줄 사람에 대한 기다림이 봉숭아의 색 속에 있다. 쉽게 벗겨지지 않고 오래 간다. 그러나 봉숭아의 색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 어떤 인연은 벗겨내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도 벗겨내질 못한다. 칠해진 인연이 아니라 서로에게 물들어 있는 인연이기 때문이다. 그 질긴 인연의 불편이 너무 크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알아서 매니큐어를 많이 이용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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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봉숭아의 색

  1. 서로에게 물들어 있는 인연이라, 짙고도 아련한 문장이군요. 어떤,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아린 인연 한 자락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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