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으로 돌아오다 – 6일간의 타이베이 여행 Day 6-3

대체로 여행하는 동안 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비행기를 탔을 때도 창가쪽 자리를 선호하며 창에 담긴 풍경을 고스란히 내 눈에 새겨가며 비행 시간을 함께 한다. 비행기는 구름 위로 다닌다. 구름은 날마다 풍경을 달리한다. 구름이 없는 날도 있지만 그런 날은 드물다. 비행기 여행에서 창의 풍경은 곧 구름의 풍경이기도 했다. 때문에 비행기 여행 때는 대부분 오가는 동안 구름을 보고 다녔다. 타이베이로 가는 동안에는 구름이 눈밭이었다. 북극이나 남극의 위를 나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올 때는 갈 때와 달랐다. 날이 흐렸지만 비행기가 우리의 땅으로 들어섰을 때는 아래쪽으로 우리가 사는 곳이 보였다. 우리가 사는 곳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비행기가 나를 내가 사는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6일 한국오는 비행기 속에서

보통은 비행기 아래로 구름이 보이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의 하늘에선 구름 위에 구름이 떠 있었다. 지상은 구름이 많은 흐린 날이나 비행기를 타면 흐린 날이란 없다. 구름 위는 언제나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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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한국오는 비행기 속에서

비행기는 잠깐 우리에게 높이의 세상을 안겨준다. 그 높이의 세상에선 지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으나 구름은 위와 아래가 있다. 비행기는 매번 아래만보던 구름 세상의 위를 보는 시간이다. 나는 구름의 위를 구름의 등뒤라고 생각했다. 구름은 등뒤가 더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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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한국오는 비행기 속에서

저 하얀 것들이 사실은 작은 물알갱이들을 모아 놓은 것들이다. 지상을 흐르는 물은 알고 보면 밀도 높은 구름이다. 물을 유영할 때 우리는 구름 속을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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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한국오는 비행기 속에서

효소를 넣어 잘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 같다. 태양이 나와 똑같은 오해를 하여 강한 햇볕으로 빵을 구워보려 하지만 매번 실패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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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한국오는 비행기 속에서

비행기가 구름 속으로 고도를 낮추자 창에 안개가 가득찼다. 지상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다. 어느 날 안개가 자욱하여 1m 앞이 보이질 않던 미시령 고개를 넘던 날, 차창에는 온통 안개 뿐이었다. 때로 하늘이 지상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안개낀 날이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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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한국의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 속에서

드디어 땅이 보인다. 제주도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의 한 귀퉁이가 살짝 보였다. 한귀퉁이만 보인 월드컵 경기장은 마치 초승달 같았다. 비행기는 그러니까 서귀포 하늘을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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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한국의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 속에서

제주의 하늘을 날아간다. 아래쪽으로 대포포구의 제주 해변이 천천히 비행기의 창을 지나간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6일 한국의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 속에서

비행기가 다시 바다 위로 접어들자 구름이 바다를 가렸다. 바다 대신 우리는 구름의 바다를 건너가자 했다. 푸른 바다는 하늘이 대신했고 바다는 흰바다로 바뀌었다. 하늘에는 하얀 태양이 이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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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한국의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 속에서

남해안을 지난다. 보길도 옆에 자리한 보화도가 비행기가 남해 바다를 지나 이제 막 육지로 들어서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6일 한국의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 속에서

섬은 하늘에 떠 있는 내게 대충 어디를 지나는지 알려주었다. 세 개의 섬 중 제일 큰 섬은 흑일도이다. 해안에 검은 모래가 깔려 있다고 하는 섬이다. 가운데 자리한 섬은 백일도이다. 맨 아래쪽 직사각형 모양의 섬은 동화도이다. 비행기가 땅끝마을과 완도의 하늘 위를 나르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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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한국의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 속에서

해남의 고천암호가 보인다.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곳이다. 왼쪽으로 더 나가면 진도가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3월 26일 한국의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 속에서

하늘에서 보면 강은 물의 강이 아니라 빛의 강이다. 하늘은 구름을 빗방울로 뭉쳐 내려보내고 그러면 내려온 비는 지상을 흐르는 구름의 길이 된다. 우리는 그 길을 강이라 부른다. 나는 그 강 가운데 영산강 위를 지난다. 말발굽 모양의 형상은 비행기가 지금 무안과 나주 사이의 하늘을 날고 있다고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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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한국의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 속에서

강은 흘러가는 물의 춤이다. 강의 춤은 이리저리 휘어지는 스텝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스텝은 현란하다. 평택에선 진위천이 안성천과 합쳐져 하나의 스텝을 밟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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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한국의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 속에서

강의 춤이 밟는 스텝은 상류에선 길고 가늘다. 평택을 흘러가는 진위천의 상류에 이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내게는 이제 비행기가 공항에 다 왔다는 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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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김포에서

드디어 김포이다. 김포에서 외국으로 나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개는 인천공항에서 나가는 비행기편을 탔었다. 도심으로 성큼 들어와서 내리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타이베이의 쑹산을 생각하면 김포가 도심에서 그렇게 가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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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김포 공항에서

비행기는 김포에 착륙했다. 따로 입국신고서 같은 것은 낼 필요가 없었다. 귀국신고서로 달라고 하지 않았다. 외국인과 내국인이 방향을 갈라섰으며 나는 아무런 제지 없이 공항을 나왔다. 비행기는 타고 온 사람들의 비율이 외국과 내국이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내국인이 좋기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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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김포 공항에서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은 타이베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라고 했으나 한국의 김포 공항은 찾은 사람들은 반갑게 환영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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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6일 우리 집에서

퍼플 라인인 5호선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1시간반이 걸렸다. 고양이 녀석이 낯설다며 몸을 숨기고 이 낯이 익으면서도 낯선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냐는 눈으로 우리를 살펴보았다. 야이씨, 엿새만에 얼굴을 까먹냐. 고양이와의 관계가 다시 예전의 익숙함을 회복하는 데는 사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시차 없이 곧바로 이땅에 적응했는데 여행도 떠나지 않은 고양이는 우리가 돌아오자 사흘의 시차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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