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한 고양이의 눈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8월 5일 우리 집에서

그래, 한때 이렇게 서로의 눈을 바라 보기만 해도 마냥 좋던 시절이 있었다. 눈을 마주하면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마음만 그 눈 속에 가득 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점점 더 서로를 알게 되고 상대에 대한 앎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 주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흔든다. 그러나 고양이는 나를 알려 들지 않고 나도 고양이를 모른다. 나는 인간의 언어로 떠들고 고양이는 언제나 야옹야옹 거릴 뿐이다. 그러다 눈을 마주보며 그저 좋아하는 마음 이외에 눈에 아무 것도 담지 않는다. 눈을 마주칠 때는 기억하고 있는 모든 사실을 지우라며 고양이가 매일 그 시절의 눈으로 내 앞에 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고양이의 눈을 갖는 일이다. 눈을 마주하고 있다가 가끔 야옹 소리를 한번씩 내는 것도 괜찮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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