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9월 5일 제주의 한라산에서
한라산의 등산로에선 돌들이 까맣다. 붉게 끓다가 지상으로 나와 식어버린 돌들이다. 현무암의 등산로에서 우리들의 들끓던 마음 속 사랑은 용암이 되고 그 뜨거운 사랑을 내내 마음 속에 두지 못해 결국 사랑해라는 말로 고백했을 때 그 말은 현무암의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사랑은 사랑해라고 속삭이는 순간 붉게 끓던 사랑이 지상으로 나와 식기 시작한다. 사랑해 라고 속삭이면 사랑이 더 끓어오를 것 같지만 한라산의 현무암은 그렇지 않다고 알려준다. 그 다음부터는 까맣게 식은 사랑의 길을 길고 오래 걸어가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슬퍼 마시라. 그 길을 따라 산을 올랐을 때, 경치가 말할 수 없이 좋았으며, 그 길을 따라 내려왔을 때의 바다 풍경 또한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비록 까맣게 식을 슬픈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사랑해라고 고백하는 것이 좋다. 사랑은 식지만 식은 사랑이 열어주는 그 길은 말할 수 없이 좋은 풍경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사랑의 고백이 데려다 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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