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관람과 술자리, 그리고 심야버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9월 25일 서울 서강대의 메리홀에서
공연 출연자인 배우 김현아와 함께

배우 김현아가 나오는 무용공연을 보았다. 아는 이들이 무려 열 명 넘게 단체로 관람을 했다. <서로에게>라는 공연이었다. 서강대의 메리홀에서 있었다. 인상적인 장면 하나를 꼽으라면 김현아의 음성으로 춤을 배우고 싶었는데 춤을 추다 보니 어느 순간 춤이 촌스럽게 느껴졌다고 토로하는 부분이었다. 그때 무용수는 김현아가 목소리로 고백한 그 심정을 털썩 무너지는 동작의 몸에 담았다. 그 동작이 내게는 낙담으로 읽혔다. 어떤 낙담도 모두 몸이 감당할 것이다. 몸은 자신이 감당한 낙담을 어떤 동작으로 써냈다. 보는 동안 우리 몸에 저렇게 많은 동작들이 산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공연이 끝난 뒤 김현아 배우와 다함께 사진 한장 남겼다.
공연보다 훨씬 더 긴 술자리가 있었다. 공연은 축제와도 같은 것이어서 그 자리를 술로 기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술은 공연을 보고 난 우리의 감동과 기쁨, 즐거움을 증폭시킨다. 자연히 말이 많아 지고 많아진 말은 다시 또 술을 부른다. 저녁 때쯤 시작된 술자리는 시간이 많이 늦고 있다는 감각을 우리에게서 지워버린다. 우리는 집에 갈 생각을 잊고 술을 마시고 떠들었다.
늦은 술자리는 집에 가는 지하철을 끊고 또 버스도 끊어버린다. 그러면 대개는 택시를 타야 한다. 내게는 택시 탈 돈이 없다. 그렇다고 늦게 끝난 술자리의 뒤끝에서 내가 서울 어디엔가 고립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은 심야라는 시간이 되면 일어나 달리는 버스가 있다. 버스 정류장의 전광판에서 모든 버스들이 종료라는 꼬리표를 달고 그 자취를 지울 때 심야버스는 몇 분 뒤에 온다는 예고를 마치 구원처럼 선명하게 내밀면서 심야의 시간에도 얼마든지 버스로 집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된다. 신촌에서 N26번을 타고 동대문역 정류장에서 내렸고 그곳에서 N30번 버스가 나를 태우고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네 시였다. 버스가 집까지 나를 태우고 간 시간은 30분에 불과했지만 나는 그 버스를 30분 동안 기다려야 했다. 심야의 버스는 기다림 반 달리는 시간 반으로 그 밤을 돌아다녔다.
집에 무사히 들어온 몸을 술자리에서 채웠던 알콜 기운이 쓰러뜨려 잠에 빠뜨렸다. 버스타고 집에 왔다는 뿌듯함과 함께 빠져든 달콤한 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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