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17일 경기도 여주에서
서울의 지하철은 서울에 고립되어 있지 않다. 마치 문어발처럼 뻗어나가 서울 바깥으로 멀리까지 이어진다. 볼일을 보러 바깥에 나갔다가 이매역으로 가서 경강선을 타봤다. 아직 훤하게 해가 남아 있어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엔 아쉬운 마음이 가져온 결과였다. 경강선은 여주까지 간다. 끝까지 가봤다. 승객이 상당히 많았다. 세 정거장이 지난 뒤에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여주역에서 내렸을 때의 시간은 아직 저녁 여섯 시에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10분을 남겨 놓은 것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여섯 시는 아니었다. 그러나 역앞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어디가 어딘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난 걱정은 없었다.
난 휴대폰을 꺼내 지도 앱을 켰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어디쯤 있는지 지도에서 찾아보았다. 걸어서 25분쯤 걸린다고 나왔다. 그래서 지도 앱을 들고 걸어보기로 했다. 인적도 드물어서 물어볼 사람 찾기도 어려운 길을 걸었다. 누구에게도 길을 물어보지 않고 무사히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세상이 내 손 안에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내가 부처님이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제 이거 없이는 못살겠다는 느낌 때문에 내가 지도 앱에 갇힌 느낌이 더 강하다. 그래도 편하긴 하다. 나는 어둠이 뭉개버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생전 처음가보는 동네에서 마치 몇 번 와본 사람처럼 익숙하게 방향을 가늠하며 길을 걸었다.
서울로 돌아올 때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동서울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었더니 오래 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강남으로 밖에 안간다고 했다. 창구에서 사람을 맞아 표를 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강남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버스 시간에 여유가 있어 남는 시간은 낯선 동네의 밤거리를 잠시 걸으며 사진을 찍는데 썼다. 가로등 빛을 받아 밤에도 선명하게 색과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로수 몇 그루가 상당히 예뻤다.

2025년 11월 17일 경기도 여주에서
여주 밤거리의 은행나무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