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와 뿌리

Photo by Kim Dong Won
2017년 11월 30일 서울 천호동에서

나무는 가지 끝의 잎만 털어냈다. 남아 있는 잎들은 초록을 잃고 말라 붙어 변색되었다. 마른 잎은 황토빛을 띄었다. 그 때문인지 잎을 털어내고 드러난 빈 가지가 마치 잎의 대지를 뚫고 하늘로 뻗는 뿌리 같았다. 느낌을 바꾼 가지는 나무의 겨울이란 잎이 없는 계절이 아니라 하늘로 뻗은 가지가 뿌리임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계절이라고 알려준다. 빈 가지가 뿌리처럼 뻗은 허공은 온통 푸른 하늘로 가득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겨우내 빈 가지가 허공을 양분처럼 가져다 여름내 땅밑에서 고생한 뿌리에게 푸른 하늘을 호흡하게 한다. 가지는 결코 뿌리만 평생 일에 내몰지 않는다. 한 계절을 잘라내 일의 자리를 바꾸고 뿌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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