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의 뻘배

Photo by Kim Dong Won
2004년 12월 17일 전남 순천만에서

순천만의 뻘에선 사람이 배를 밀고 간다. 뻘배라고 부른다. 배라고 하지만 길쭉한 한 장의 널판지에 가깝다. 그러나 발이 푹푹 빠지는 뻘에선 우리가 배라고 부르는 것은 뻘에 발목이 잡혀 꼼짝을 못한다. 뻘에선 뻘배만이 배의 이름으로 움직일 수 있다. 뻘은 배에겐 부력을 내주지 않으나 뻘배에겐 부력을 내주며 배를 받쳐든다. 뻘의 부력으로 배가 뜨면 사람은 바람이 된다. 돛을 밀어 배를 움직이는 바람을 사람이 대신하니 사람이 곧 뻘배의 바람이다. 새벽같이 바다로 나가 꼬막을 캐고 아침이 밝으면 사람이 바람이 되어 뻘배를 밀고 돌아온다. 땀 흘리는 바람이다. 아침해가 등을 환하게 밝히는 것으로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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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의 뻘배는 널배라고도 불린다. 시인 이서화는 이 널배를 주제로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남겼다. 그의 시에 관한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서 “물의 바닥으로 열리고 확장된 뻘과 널배 이야기 —이서화의 시 「어떤 바닥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로 읽어볼 수 있다.)

물의 바닥으로 열리고 확장된 뻘과 널배 이야기 —이서화의 시 「어떤 바닥에 대하여」
https://blog.kdongwon.com/?p=3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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