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22일 서울 천호동에서
나는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을 보러 봄이 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아직 바람이 냉기를 놓지 않아 겨울의 끝자락에 대한 마지막 고집이 느껴질 때 벌써 꽃이 피기 때문이다. 2월의 하순으로 접어드는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남아있는 냉기를 마다 않고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을 부르는 것은 매화이다. 매화 중에서도 홍매화가 내미는 꽃이 가장 이르다. 동네에 홍매화가 한 그루 있다.
맨살의 손등을 스치는 바람으로 짐작하면 아직 봄은 아니다. 나는 봄이 걸음을 주저하고 있는 것은 바람 속에 남아 있는 적지 않는 냉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혹시나 걸음했다 얼어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봄을 주저하게 만든다. 바로 그때 홍매화가 핀다. 바람이 냉기로 위협을 해도 소용이 없어진다. 꽃은 봄의 걸음에 분명한 확신을 준다.
꽃이 피었나 동네를 돌아 보았다. 아직 매화는 꽃망울만 잡고 있었다. 산수유는 꽃망울을 열었지만 꽃받침의 보자기를 살짝 풀기 시작한 상태였다. 그러나 매년 남아있는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가장 먼저 봄을 준비하던 홍매화는 꽃 한송이를 내밀고 있었다. 딱 한 송이였지만 그 한 송이를 보기 위한 봄의 걸음 또한 어김이 없다. 봄은 꽃을 보러 그 자리에 와 있었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겨울 파카로 무장한 몸이 땀기운을 내비쳤다. 홍매화가 불러온 봄이 내 곁에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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