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잠 5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5월 23일 우리 집에서

고양이의 잠은 처음부터 온몸으로 오지 않는다. 잠은 처음엔 눈으로 슬쩍 스며든다. 몸은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눈만 스르르 내려감기는 순간이다. 잠을 잠에 대한 굴복으로 아는 지 고양이는 졸립다고 그냥 편안하게 눕는 법이 없다. 자존심으로 몸을 세워 앉아 있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며 잠은 오직 내려감기는 눈에만 허용한다. 하지만 그 자존심이 그리 오래가진 않는다.
꼿꼿한 자세로 졸지만 고양이도 안다. 잠이 찾아 오면 온몸을 다 잠에게 내주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세는 결국 무너지고 바닥에 모로 퍼진 자세를 감내하며 온몸에 잠을 받아들인다. 잠은 와선 몸을 모두 굴복시키지만 그때의 굴복이 수치심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잠은 굴복한 몸을 평화로 감싼다. 때문에 버티다 굴복당한 고양이는 마냥 평화롭기만 하다. 고양이도 평화롭고 심지어 고양이의 잠을 보는 나도 평화롭다. 고양이를 집안에 두고 곁에서 재울 때 우리가 평화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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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5월 23일 우리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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