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의 경력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7월 15일 내 책상 위에서

그녀가 내가 책상 위에 놔두었던 로또를 버렸다. 짜증이 확 밀려 올라왔다. 이거 버려도 되는 거냐고 물어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한 마디 했다. 그게 그냥 당첨 되지 않은 로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로또는 세 자리의 숫자를 맞춘 이력을 가진 경력자 로또 였다. 사람들은 그것을 흔히 5천원에 당첨된 로또라고 말하며 5천원짜리라는 말로 폄하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질 않고 세 자리의 숫자를 맞춘 이력을 갖춘 경력자 로또로 대접했다. 경력이 있으면 초보보다는 일을 더 잘하기 마련이다.
대개 우리는 당첨 이력이라곤 하나도 없는 5천원권의 생초보에게 숫자 여섯 개를 맞춰보라는 일을 맡기며 로또를 사갖고 들어오곤 한다. 생초보에겐 말할 수 없이 어려운 일이다. 물론 내가 그런 생초보에게 힘이 될만한 것을 하나도 얹어주지 않고 일을 맡기는 것은 아니다. 그날 꾼 좋은 꿈의 기운을 생초보에게 불어 넣어주며 잘 될 거라는 기대감을 잔뜩 부풀리는 것이 내가 해주는 일이다. 하지만 초보가 숫자 여섯을 맞추는 경우는 흔치가 않다. 그 일이 상당히 어렵고 힘든 일이란 얘기다. 그러다 가끔 숫자 셋을 맞추는 경력의 로또가 나오곤 한다. 책상 위에 놔두었던 것은 바로 그 경력자 로또 였다. 꿈이 좋은 날, 그 꿈을 좋은 기운으로 얹어주며 숫자 셋을 맞춘 경력이 있으니 이번에는 숫자 셋을 더 얹어 맞춰보라고 부추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경력자 로또를 내세우며 한껏 부풀어 보려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내가 그냥 지난 로또를 책상 위에 버려 둔 것이 아니었음을 그녀가 깊이 각성했으면 싶다. 5천원에 그 액수를 억대로 부풀리는 큰 일을 맡길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생초보에게 꿈의 기운만 얹어주며 일을 맡겼다. 일을 잘 해내길 바라는 마음은 굴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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