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주차장.
자전거 두 대가 처마밑에 누워있었다.
서울의 집들은 처마가 짧다,
내밀다 만 혓바닥처럼.
처마밑에 누워도 다리가 시리게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둘이 포개져 체온을 나누며 서로 부등켜 안아도
처마 바깥으로 삐져나간 발은 여전히 시리다.
자전거는 그 좁은 처마밑에서
매일밤 어둠을 이불삼아 코끝까지 덮어쓰고 까맣게 잠이 들었다.
아침은 그 이불을 어김없이 홀라당 벗겨갔고,
그럼 다시 종일토록 발목이 시린 하루가 시작되었다.
겨울은 항시 그렇게 추웠다.
그러다 어느 날 밤,
눈이 내려 자전거의 한데잠을 하얗게 덮어주었다.
허리 아래쪽에 이불을 덮어준 느낌이었다.
날이 밝자 이번에는 겨울의 끝자락을 기웃거리던 봄기운이
아침 나절 그대로 덮고 있던 눈을 오후쯤 슬그머니 벗겨간다.
겨우내내 찬바람으로 지분거리며 발목을 시리게 하더니
이제 떠나는 시간이 되니
겨울이 눈을 가져다 허리 아래쪽을 덮어주고
봄은 그것을 걷어낸다.
눈을 걷어낸 자리는 축축히 젖어 물로 흐른다.
자전거는 가는 겨울이 아쉽고, 오는 봄이 야속하려나.
하지만 그 마음을 거두라.
이제 곧 봄밤이 익고,
또 물기가 바삭하게 마르는 늦봄이 오면
발목을 아무리 처마끝으로 내놓아도 시리지 않을테니.
아이들이 네 몸을 일으켜 세워
골목길의 바람을 좌우로 가르며 씽씽 달릴테니.
그러니 가는 끝에 잠깐 네 발목을 덮어준 눈으로
그 매섭도록 춥던 기억을 무마하려던 겨울은 잊고,
이제 밤마다 봄을 꿈꾸라.
봄이, 봄이, 이제, 봄이 오고 있다.
4 thoughts on “눈과 자전거”
동네 인심이 후한 곳이네요.
자전거를 두 대씩이나 팽개쳐놔도 그 자리에 있네요.
아니면 지켜보는 카메라가 있는 줄 알아서 그런가요?
일기예보는 예전 관상대가 그나마 나은 것 같습니다.
관상을 보면 해석은 내 맘대로 하듯이 관상대에서 날씨를 예보하면
맞으면 그만이고 안 맞으면 또 그러려니 했는데
기상청으로 바뀌고는 틀리면 난리가 납니다.
세 대가 아니라 다섯 대 가량이 뒹굴고 있는데 바깥에서 겨울을 용하게 나고 있습니다.
가끔 세 발 자전거도 골목에서 주인을 잃고 며칠 동안 이 아이 저 아이가 돌아가면서 봐꿔 타기도 합니다.
타다가는 자기 거 아니라서 그냥 골목에 놓고 가버립니다.
놀이터의 미끄럼틀은 이동식이라 그런지 누군가 옆에 써놓았더군요. 가져가지 마세요라고.
그렇지만 사람사는 동네라 가끔 어느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얘기가 나오곤 합니다.
저희 집에도 한번 도둑이 들었는데 제 청바지 하나를 달랑 훔쳐갖고 갔습니다.
갖고 가다 마음에 안들었는지 담벼락에 걸쳐놓고 갔더군요.
지지고 볶고 언성 높혀가며 싸우는 사람들이 곧잘 있어 지겹기도 합니다.
서울 눈이 왔지요?
일산은 안왔는디…왔는데 제가 모르는것일수도..^^;;
그래서 일기예보가 뒷북이라는건 좀 그래요..
워낙 국지적으로 왔는데 어쩌라는건지…독일은 하루에서 열두번 우박내리는 곳이 달라지는데 그건 어찌할꼬~~
그것도 펑펑.
내리자마자 다 녹아버렸어요.
눈내릴 때 홍대 입구쯤에 있었는데 사진은 찍어두었죠.
올해 서울에서 보는 마지막 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상청이 날씨 예보하는 곳에서 날씨 중계하는 곳으로 변한지 오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