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그늘이 풀밭을 덮고 있었다.
그늘이 덮이면 풀밭은 몸이 무거워지고,
몸이 무거워지면 한층 색이 진해진다.
그 그늘이 완연해진 냇가의 풀밭 위로
저녁빛 한줄기가 내려왔다.
빛은 풀숲으로 몸을 들이밀어
투명한 푸른 빛으로 풀과 포옹했다.
푸른 포옹이 반짝거린다.
그 투명한 푸른 빛만으로도 아름답다.
하지만 그 푸른 포옹에선 헤어지기 싫은 진한 아쉬움이 만져진다.
왜 빛과 풀의 저녁 포옹에선 아쉬움이 동시에 만져지는 것일까.
고개 들어 보니 냇가는 온통 아파트와 높은 건물들의 숲이다.
저녁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지만
아파트와 건물들은 저녁빛을 가로막고 서서
풀과 저녁빛의 작별을 독촉한다.
이 푸른 포옹의 저녁빛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파트 사이의 좁은 틈을 비집고 저녁빛이 냇가로 내려오고 있었다.
아파트가 없던 옛시절,
아직 저녁빛과 풀의 하루는 더 오래고 길게 남아있었으리라.
아파트가 생기면서 그들의 푸른 저녁 포옹은 크게 짧아졌음이 분명하다.
푸른 포옹은 아름답지만
가로막힌 포옹은 동시에 진한 아쉬움이 된다.
도시의 저녁은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진한 아쉬움이다.
6 thoughts on “저녁빛 2”
저는 좀전에 과일이 떨어져서 마트 다녀오는데
딸아이가 달이 예쁘다고 보라해서 봤더니 완전 황금색 달인거있죠.^^
진짜 예뻤어요 황금색 보름달.
이젠 카메라 가지셨으니 찍어 올려주셔도 되는데…
달을 찍을 때는 달에 초점을 맞추고 spot 측광을 한 뒤에 밝기를 2 stop 어둡게 하고 찍으면 아주 달만 선명하게 잘 나온답니다. 노출 편차, 그러니까 exposure bias라는 것을 조절하는게 있는게 그걸 두 단계 낮추는 거죠. 이렇게 찍지 않으면 달이 허옇게 나와 버려요.
사진도 참 공부할 게 많은 분야죠.
저두 얼핏 보리밭인줄 알았어요.
아파트며 빌딩이며 사람들이 만든 것이 높아지고 멋져질수록 자연과 자연이 포옹하는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요.
이날 저녁빛에 관해서 두 가지 느낌을 받았어요.
하나는 위에 쓴 거고, 또다른 하나는 저녁빛이 아파트 모서리에 부딪쳐서 빛을 내고 있는 장면이었죠. 저녁 때마다 햇볕이 아파트 모서리를 들이받고 머리가 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냇물가에서 그거보며 키득키득 웃었다는…ㅋㅋ
한 줄기 빛이 색을 갈라 놓았네요.
잡초밭인거 같은데 보리밭같은 분위기가 나네요.
저녁빛 한줄기 덕분에…
완전 잡초밭이예요.
이제 봄꽃은 지고 아직 여름꽃들은 나오질 않고 있는 상황이라 이 날은 주로 어렵게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빛과 그 빛으로 투명해진 잎들을 쫓아다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