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가 있는 콩밭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8월 16일 경기도 양평의 단월면 석산리에서

밭은 콩밭이었다.
콩들은 잎을 펼쳐
밭을 온통 초록빛으로 채워놓았다.
그 한가운데,
옥수수들이 큰 키를 뽐내며
나란히 줄 맞추어 콩밭 사이에 서 있었다.
원래 콩은 콩대로,
옥수수는 옥수수대로
모두 제 높이의 키를 세운채 영글어간다.
하지만 옥수수가 콩밭에 슬쩍 끼어들자
콩은 그때부터 제 작은 키를 버리고
밭에 눌러앉아 버린다.
옥수수가 있는 콩밭에선
옥수수는 서서 영글고,
콩은 밭에 눌러앉아
편안하게 영글어간다.

12 thoughts on “옥수수가 있는 콩밭

  1. 콩잎 몇 개랑 옥수수 몇 개를 따서 구워 먹으면 참 맛있던 생각이 납니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 고소함을 두고 한 말 같습니다.

    1. 강원도 태생이라 예전에 담배찔 때
      그 불에 구워먹던 옥수수가 생각납니다.
      아마 담배찔 때가 첫옥수수 나올 때 무렵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끝물인지 가물가물하군요.

  2. 1학년때였나.. 강원에서 처음 감자전을 먹는데
    찐뜻하면서도 쫄깃한게 참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아주 가끔 감자전을 해먹네요. 믹서기가 없어서
    강판엗가 열심히 갈아서 만들어 먹는데, 감자를 두 개만 갈면
    힘들어서 아주 가끔만 먹죠. 어찌보면 물 마시는 것 보다도 싼 음식이
    감자전인 것 같아요. 감자 하나 사면 한끼는 떼울 수 있으니…
    맛은 물론이고.

    1. 정님은 같이 살게 되면 아주 사랑받으실 듯 합니다.
      음식할 줄 아는게 많으니 그게 해드리면
      아주 좋아하실 듯.
      전 결혼 초기에는 좀 했는데
      지금은 겨우 라면 끓이는 정도라는…

      감자만 갈아서 해먹는 감자전은 정말 맛있는 것 같아요.

  3. 저희 강원도 밭에 한때는 옥수수가 굉장히 많았는데
    요즘은 아무도 손을 안봐서 아무것도 없는 것 같네요.
    요즘들어 갑자기 땡기는 옥수수. 언제 사다가 쪄먹어야겠네요.
    집사람오면. 언제올지 모르지만.

    1. 그래서인지 강원도가면 꼭 감자랑 옥수수를 찾게 되더라구요.
      감자전은 강릉에서 서울로 오려고 막 출발할 때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감자전이 가장 맛있었는데 나중에 들러보니 그건 안하더군요. 주문하면 그때 감자 갈아서 만들어주는 바람에 너무 늦게 나와서 사람들이 기다리질 못하더라는… ㅋ

      그러고 보니 저희는 둘 다 집사람이네요.

  4. 강원도 츠자라 그런지 유난히 밭이 좋습니다.
    배추밭. 옥수수밭. 콩밭, 감자밭~ 청보리밭~ ㅎㅎㅎ
    맥주한잔 하고 지금 이시간에 접속했더니 이스트맨님이 생각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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