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1월 23일 인천 영종도의 왕산해수욕장에서

바닷가 모래밭에
누군가 쌓아놓은 모래성 하나 있었다.
물이 밀려오는 밀물 때이다.
조금씩 조금씩 물이 가까워지고 있다.
모래성은 떨고 있을까.
뒤쪽에서 지켜보니
하루 종일 밀물때를 기다린 듯도 보였다.
무너지는 두려움과
쓸려나가며 물을 탈 때의 즐거움 사이에
모래성이 서 있었다.

13 thoughts on “모래성

  1. 와~ 색이 너무 이뻐요.
    연하고 고운 블루와 그레이의 조화.
    작은 모래성이 그 조화의 정점인것두 같구요.
    왕산해수욕장이 두군데 있나봐요. 이집이랑 저집이랑 달라보니이 말이죠^^

    1. 꽤 커보였는데 집에 와서 사진을 살펴보니 작고 앙증맞게 나왔어요. 바다랑 비교되서 작게 보였으면 하면서 찍었거든요.

      같은 해수욕장인데… 저집의 카메라가 달라서 그래요. 제 카메라는 사실주의에 아주 충실해요. 저집 카메라는 녹색과 붉은 색이 지나치게 강조가 되는데다 저집 양반이 그 카메라 다루는데 익숙치가 않고 카메라의 왜곡을 즐기더라구요. 모래밭이 무슨 진흙밭으로 보인다고 한마디하려다 관두었어요. 한마디 하면 또 싫어해서… 어느 날은 저집 카메라를 갖고 나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제가 찍으니까 색감도 제 스타일로 나오더라구요. 저는 왜곡을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눈으로 보이는대로 찍어서 아름다움을 나누는게 제 스타일이랄까.

    2. 매번 카메라 탓만 하고 계시더라구요. 후지 S5만 있으면 자신도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나 뭐라나… 촬영모드좀 바꿔보라고 해도 말도 안듣고 다른 사람들의 좋은 카메라만 부러워해요. 촬영모드 바꾸면 나중에 컴퓨터에서 일일이 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좀 귀찮거든요. 대신 아무래도 왜곡을 많이 줄일 수 있지요. 심지어 렌즈의 특성상 나타나는 왜곡도 조정을 해줄 정도니까요. 디지털 카메라는 디지털 기기라서 컴퓨터와 떼려고 해도 뗄 수가 없어요. 제가 사용하는 니콘은 심지어 카메라를 컴퓨터에서 제어하는 단계까지 왔어요. 요즘 저도 그 프로그램 들여다보고 있지요.
      하, 요로코롬 흉봤더니 아주 재미나네요. 감사.

    3. 오늘은 기분 좋아서 다 봐드립니다~^^

      아, 그날 제 기분이 그랬나봐요.
      저는 그날 뭘 보고 왔는지 기억에 별로 없어요.ㅜ.ㅜ
      근데 이상하네요.
      아무 짓도 안했는데 왜 그렇게 나왔지…ㅋㅋㅋ

    4. 음… 아무리 보정 프로그램이 좋아도,

      역시 원판이 좋아야되더라구요.
      굉장히 힘든 환경에서는 최대한 적정노출로 적당하게
      찍으려고 노력합니다만… 대신 집에서 고생이죠. ㅋㅋㅋㅋ

      생각해보면~ 사진을 보는 즐거움과, 느끼는 즐거움을
      따로따로 전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5. 물론 원판이 좋아야 하긴 하지만 프로그램들이 너무 좋아지고 있어요. RAW 파일의 조정기능은 한달이 다르게 새로운 항목들이 추가되더라구요. 보다 섬세해지고… 정밀해지고… 다 날아간 하늘이 노출을 낮추면 그대로 나타나더라구요. 무슨 마술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심지어 렌즈의 초점과 심도까지 조정하는 선까지 와서 이젠 구도 정도가 사람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해 들어와 사진이 명암의 차이를 제대로 살리질 못해서 Bracket이란 기능을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한번에 밝게, 정상으로, 어둡게의 세가지로 찍어주는 모드인데 그렇게 세 장을 찍으면 그걸 합쳐서 한장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Dynamic Range가 훨씬 넓어지죠.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강력한 RAW 조정기능 덕분이죠. Bracket에선 세 장을 셔터를 눌러가며 만들다 보니 약간씩 어긋나는데 RAW에선 노출을 조정하면 서로 다른 부분을 제대로 살리는 사진 3장을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그거 합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진 한장이 얻어져요. White Balance의 기준점도 선택할 수 있어서 그것보고 좀 놀라기도 했어요. RAW에 대한 책도 한권 나와서 그거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카메라의 약점을 프로그램으로 극복하며 살게 될 것 같아요.

  2. 모래성이 귀엽습니다.
    앙증맞은 아가들의 작품 같기도…
    언젠가는 아니 ‘곧’ 바닷물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요.
    그러나 그 자리에 모래로 자리하는 한 다시 만들어지는 모래성…
    바닷물 앞에 홀몸으로 서 있는 모래성 같은 삶의 덧없음이여…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