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가득한 겨울숲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월 16일 경기도 운길산에서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얽힌 겨울숲은
마치 수많은 상처의 흔적 같기도 하다.
날카롭게 살갗을 훑고간 회초리 자국을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눈이 내리면 흰색 바탕에 대비되어
그 상처 자국은 더욱 확연해진다.
피부가 희고 연할수록 상처 자국도 더욱 확연하리라.
그러고보니 나뭇가지는 가끔 회초리가 되기도 한다.
회초리가 되면 우리의 맨살에 상처를 남기지만
겨울숲의 나뭇가지를 보면
나뭇가지는 스스로의 상처가 된 느낌이다.
상처가 숲을 키운 것일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산다는 것은 숲의 나무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생존의 경쟁은 나무와 풀들에게서도 치열하기 이를데 없다.
한줌의 햇볕을 더 보기 위하여 나무와 풀도 치열하게 발돋음을 하고
또 적은 햇볕과 적은 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나름대로 진화를 한다.
그 과정에서 어찌 상처가 없으랴.
때로 삶은 치욕스럽고, 그 치욕은 상처가 되곤 한다.
그러나 나무는 그 상처를 딛고 생명을 이루고 그 생명이 또 생명을 키운다.
상처가 나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딛고 나무는 큰다.
하지만 아무리 상처를 넘어선다고 해도
나무에게도 상처에 대한 위로는 필요하리라.
숲에 내린 눈은 상처를 딛은 그 나무들에 대한 잠시간의 위로이다.
눈내린 숲을 앞에 두고 잠시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은
그 위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2 thoughts on “나뭇가지 가득한 겨울숲

  1. 상처는 아물어도 ‘흔적’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살아가면서 더욱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위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라는 문장이 평등하게 골고루 하얗게 뒤덮는 흰눈 처럼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오네요. 누군가의 ‘그 위로’ 한 마디가 상처의 흔적을 덮어 준다는 사실…..

    1. 사는 건 우리나 식물이나 힘들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곤 합니다. 언젠가 BBC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밀림의 나무들도 한줌의 햇볕을 더 차지하기 위해서 엄청난 경쟁을 벌인다고 하더군요. 그거보고 있노라니 손쉬운 삶은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산다는게 상처의 연속이란 느낌이 많아요. 물론 그 뒤에 또 위로가 뒤따르는게 삶이기도 하구요. 여름보다 겨울숲을 좋아하는데 그것도 잠시 치열한 삶을 내려놓고 보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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