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가 어지럽게 얽힌 겨울숲은
마치 수많은 상처의 흔적 같기도 하다.
날카롭게 살갗을 훑고간 회초리 자국을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눈이 내리면 흰색 바탕에 대비되어
그 상처 자국은 더욱 확연해진다.
피부가 희고 연할수록 상처 자국도 더욱 확연하리라.
그러고보니 나뭇가지는 가끔 회초리가 되기도 한다.
회초리가 되면 우리의 맨살에 상처를 남기지만
겨울숲의 나뭇가지를 보면
나뭇가지는 스스로의 상처가 된 느낌이다.
상처가 숲을 키운 것일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산다는 것은 숲의 나무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생존의 경쟁은 나무와 풀들에게서도 치열하기 이를데 없다.
한줌의 햇볕을 더 보기 위하여 나무와 풀도 치열하게 발돋음을 하고
또 적은 햇볕과 적은 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나름대로 진화를 한다.
그 과정에서 어찌 상처가 없으랴.
때로 삶은 치욕스럽고, 그 치욕은 상처가 되곤 한다.
그러나 나무는 그 상처를 딛고 생명을 이루고 그 생명이 또 생명을 키운다.
상처가 나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딛고 나무는 큰다.
하지만 아무리 상처를 넘어선다고 해도
나무에게도 상처에 대한 위로는 필요하리라.
숲에 내린 눈은 상처를 딛은 그 나무들에 대한 잠시간의 위로이다.
눈내린 숲을 앞에 두고 잠시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은
그 위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2 thoughts on “나뭇가지 가득한 겨울숲”
상처는 아물어도 ‘흔적’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살아가면서 더욱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위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라는 문장이 평등하게 골고루 하얗게 뒤덮는 흰눈 처럼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오네요. 누군가의 ‘그 위로’ 한 마디가 상처의 흔적을 덮어 준다는 사실…..
사는 건 우리나 식물이나 힘들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곤 합니다. 언젠가 BBC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밀림의 나무들도 한줌의 햇볕을 더 차지하기 위해서 엄청난 경쟁을 벌인다고 하더군요. 그거보고 있노라니 손쉬운 삶은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산다는게 상처의 연속이란 느낌이 많아요. 물론 그 뒤에 또 위로가 뒤따르는게 삶이기도 하구요. 여름보다 겨울숲을 좋아하는데 그것도 잠시 치열한 삶을 내려놓고 보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