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청평사 오르는 길에
풀밭에 버려진 배 한 척 있었다.
오래도록 물결 위에 배를 깔고 살다보면
조금만 물을 떠나도 물결의 갈증이 심해진다.
녹슬도록 오래 물을 떠나 있었으니
물결의 갈증은 턱밑까지 오르고도 남아
아마 온몸의 갈증이 되었으리라.
그 갈증을 생각하면
벌써 무너졌을 것 같았지만
녹슬어가면서도 배는 풀밭을 견뎌간다.
계곡을 흘러가는 물소리가
찰랑거리며 배의 뒷전을 스치고 있었고,
웃자란 풀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초록의 물결이 일고 있었다.
계곡물과 풀들이 잠시 자신들을 버리고
녹슨 배 한 척의 옛꿈이 되어 주었다.
6 thoughts on “버려진 녹슨 배”
배가 무척 외로워 보여요
물에서 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외롭긴 외로울 거예요.
그렇긴 해도 산새들이 와서 외로움을 달래줄지도 몰라요.
바로 곁이 나무가 무성한 산이거든요.
아마 옛날에는 커다란 물길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삽질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급하게 듭니다.
비가 많이 와도 이제는 너무 오래 쉬었던터라
다시 물길로 나가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덕분에 배는 물길만 다니다 이제는 수륙양용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반대일거 같습니다.
여기가 소양댐이거든요.
아마 그 전에는 그냥 작은 강이 멀리 아래쪽에 있었을 것 같은데
댐을 막는 바람에 물이 많이 불어나면
여기까지 물이 올라오게 되었죠.
어쨋거나 물이차서 그 물에서 배가 놀게 되었을 테니
배가 버려진 것이 삽질의 결과는 분명합니다.
아주 오래 전, 저 비슷한 배를 타고 소양강댐에서 청평사로 향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제는 옛꿈이 되어버린 초록 물결을 저 배는 기억하고 있을까요? 녹슬어가는 배처럼 옛 기억들이 아스라이 잊혀지고 있습니다.
청평사는 분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두 번인데, 흐릿하게 갔었는지 말았는지 하는 기억이 한번 더 있어요. 아주 젊었을 때 친구들과 한번 갔었지 않았나 하는 기억이 있는데 확인을 못하겠어요. 가끔 갔었던 곳의 기억도 재생이 잘 되질 않아요. 사진이 있으면 종종 놀랍게 기억이 복원되곤 합니다. 갔던 곳도 많이 변하곤 하는데 사진은 내가 갔던 그 때를 그대로 간직했다 다시 저를 그곳으로 데려다주곤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