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올라가는 길목의 동학사를 지나치다 보니
길가로 높게 석축이 쌓여있다.
석축은 중간쯤에서 층을 나누어
위층을 약간 안쪽으로 들인다.
층이 지면서 중간에 좁지만 약간의 자리가 생기자
가을 낙엽이 그 자리로 줄지어 내려앉았다.
석축이 길게 가을을 띠처럼 두르고 있었다.
남한산성 성곽따라 걷다 보니
숲속 나무들 사이 어디나
잘마른 낙엽들이 곱게 내려앉아 있다.
숲이 가을을 홑청삼아 얇게 누빈 뒤,
이불처럼 덮고 있었다.
낙엽이 아니라
가을의 띠였고,
가을 이불이었다.
6 thoughts on “가을의 띠와 가을 이불”
저 석축이 어디쯤 있는가,
새벽에는, 아침에는, 낮에는, 저녁 어스름에는
봄에는, 여름에는, 겨울에는 저곳이 어떤 색깔로 변하는가도 기억하거든요.
계룡산 자락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거든요.
동학사, 신원사로 소풍을 가고, 그 동네를 재너머로 불렀던 동네
어느 봄날 한 차 가득 친구들과 아이들을 싣고 달려가
신원사 안에서 지천인 냉이 뜯고 왔었는데…
봄비오는 밤, 이름만 들어도 아련해지네요.
엇, 제가 아는 젊은 친구 중에도 계룡산 자락에서 성장한 친구가 있어요. 아주 멋진 친구죠. 제가 너도바람님 고향 사람을 다 알고 있군요.
계룡산은 신혼 여행 때 간 곳이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인데… 그때 기억을 살리기가 어렵더라구요. 이곳이 그때 왔던 곳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어요.
저 이불 덕분에 냉이랑 달래가 한겨울을 잘 지내고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봄비다운 봄비가 내려 가을 이불을 적셔야 산불 걱정이 줄어들 텐데
봄비도 2009년 한반도에는 들리기 싫은가 봅니다.
원래는 계룡산의 갑사로 해서 산을 올라갔다가 동학사로 내려왔는데… 그러고보니 그때가 봄이어서 갑사로 들어가는 밭에 냉이가 지천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3월에 서설이 내렸다지요.
가을 홑청을 덮고 있는 숲도 곧 봄옷으로 갈아 입겠지요.
이곳도 꽃샘추위가 와서 많이 쌀쌀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길요…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더군요. 바람끝도 쌀쌀하구요.
한강이라도 나가고 싶었는데 딸아이가 도시에서 자라서 그런지 아직은 자연을 별로 좋아하질 않는 거 같아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딸이랑 코엑스 여기저기 다니며 시간보내다 함께 들어왔어요.
봄이 어디쯤 왔다 혼자서라도 산이나 들에 한번 나가 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