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고려산에서 만난 봄꽃들

사실 고려산은 산에 간다는 말이 좀 무색해진다.
산에 가는 첫째 이유가 진달래이니 말이다.
진달래가 피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등산은 뒷전이고 진달래가 우선이다.
하지만 진달래를 보려면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등산이 무슨 덤처럼 따라붙는다.
4월 11일 토요일, 강화의 고려산에 갔을 때
진달래뿐만이 아니라 흔한 봄꽃이 이것저것 눈에 띄었다.
꽃들과 함께 하며 진달래를 찾아갔다.

Photo by Kim Dong Won

꽃다지.
둘이 짝맞추어 팔 벌리시고
봄맞이 춤추시는 중.
하긴 둘이 발맞춰 추는 춤이 또 느낌이 다르지.

Photo by Kim Dong Won

제비꽃.
제비꽃은 종류가 많고
이름을 하나하나 구별하여 불러주는게 쉽지 않지만
또 그냥 모두 제비꽃으로 불러줄 수 있다는 아주 편리한 점이 있다.
너도 일단은 그냥 제비꽃.

Photo by Kim Dong Won

양지꽃.
꽃이 핀 곳이 양지바른 곳.
속담하나 만들어낼 수 있겠다.
“양지꽃 심는다고 음지가 양지되냐.”

Photo by Kim Dong Won

남산제비꽃.
남산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전에도 그 바보같은 질문을 하더니 오늘도 또냐?
그곳이 어디든 내가 있는 산이 바로 남산이야.
뭐, 여긴 고려산이라구?
무슨 소리야.
내가 있는 산인데.
내가 있으니까 여긴 남산이라구.
난 내가 있는 모든 산을 남산으로 만드는 제비꽃이야.

Photo by Kim Dong Won

현호색.
에이, 아닌 거 같은데.
너흰 아무래도 4인4색같은데.

Photo by Kim Dong Won

현호색.
에이, 이번에도 아닌 거 같은데.
음색이 다른 것 같어.
하나는 푸른 노래를 부르고,
하나는 하얀 노래를 부르고 있잖어.
왜 하나는 하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야?
변성기 지나기 전인가, 아니면 후인가?

Photo by Kim Dong Won

진달래.
너네 이렇게 모여서 뭐하니?

-진달래 축제하지.

그렇구나.
많이 모이면 축제가 되는 구나.

Photo by Kim Dong Won

진달래.
절벽 위인데… 아찔하지 않나.
대단하셔.
나같으면 바람불 때마다 파랗게 질릴 것 같은데
분홍빛은 절대로 잃지 않으시는군.

Photo by Kim Dong Won

진달래.
봄마다 진달래가 도배 공사 나오는 산이다.
분홍빛으로 산을 도배한다.
고르게 다 입히지 않고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도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달래는 일색으로 칠하는 듯 하면서도 일색으로 칠하지 않는다.

Photo by Kim Dong Won

진달래.
저녁빛에 물들어 투명해졌다.
원래 우리는 물을 한잔 마셨을 때 투명한 느낌을 받는데
진달래는 빛을 머금자 투명해졌다.
빛을 물처럼 마시나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미선나무꽃.
백련사에서 만났다.
원래 향이 있는 꽃인데…
바로 옆의 큰법당에서 풍기는 향내랑 헷갈렸다.
충북 괴산에 많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하얀 진달래.
백련사에서 보았다.
흰색 진달래는 처음봐서 그런지 매우 신기했다.
흰색 철쭉은 더러 보았는데 흰색 진달래는 처음이다.
혹시 진달래가 흰색 철쭉이랑 눈맞아서 피운 꽃은 아니겠지?

Photo by Kim Dong Won

목련.
밤이 되면 환하게 불을 밝힐 것만 같다.

Photo by Kim Dong Won

냉이꽃.
엎드려 있는가 싶게 납짝하게 앉아 있다가
꽃피면 키가 쭉 자라는 냉이.
성장판 열렸다, 목이 빠지도록 자라보자, 이건가.

Photo by Kim Dong Won

말냉이.
꽃은 냉이랑 비슷한데
그렇다고 냉이는 아니고…
일단 말냉이라고 알아두기로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수선화.
산으로 올라갈 때
마을의 어느 집 화단에 심어져 있었다.
아직 꽃이 피질 않아, 이게 뭔가 했다.
일행 중 한 분이 수선화라고 했다.
산에서 내려와 보니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봐요, 수선화 맞죠.
올라갈 때 일찌감치 이름을 확인해 주었던 분이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수선화는 몽우리잡히고 꽃을 피우는데 한나절이다.
올라갈 때 수줍어하고 있다가
내려올 때쯤 마음다잡고 얼굴내밀어 노랗게 고백한다.
다들 자신이 그 고백을 받은 듯 즐거워했다.

***고려산 진달래와 산행 이야기는 다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진달래산에 가다 – 강화 고려산
강화의 고려산에서 보낸 봄날의 하루

13 thoughts on “강화 고려산에서 만난 봄꽃들

  1. 백련사라 흰색 진달래가 있나? ㅎㅎ
    철쭉은 흰색을 봤는데..진달래는 첨이네요^^

    이스트맨출판사 식물도감 한권 읽은 기분이랄까~ ㅋㅋ

    1. 예전에는 하얀 진달래가 많았다고 하더라구요.
      요 옆에 혈구산이라고 있는데 그 산에도 있다는 얘기가 있고
      강원도 홍천의 가리산에도 하얀 진달래가 있다고 들었어요.

  2. 함께한 우리 사진 동우회 (?) 사람들이 좋아서 그런지
    정말 유쾌한 산행 이었습니다.
    특히 산행 끝자락에서 만난 백련사의
    하얀 진달래와 미선나무는
    정말 소중한 만남이었어요.
    이 멋진 곳으로 초대한
    털보형께 감사!

  3.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기억으로는
    사방에 핀 꽃들을 보며
    우리끼리 부르는 꽃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습니다.
    그게 다 세월 탓이라고 핑계를 댑니다.
    백련사에서는 진달래도 하얗게 피나 보네요.

    1. 그러고 보니 백련사였네요.
      의외로 하얀 진달래가 피는 산이 있는 거 같아요.
      홍천의 가리산에도 하얀 진달래가 있다더군요.
      5월초에 가보고 싶은데 멀기도 하고
      강원도 산은 원체 험해서 가볼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4. 핑백: Rosemary
  5. 분명히 같은 시간에 같은 곳을 다녀왔는데,
    태반은 ‘저게 게 있었나?’ 갸우뚱거리게 하는군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찍히는 것 같습니다.^^
    고려산 산행 Post-view도 좋네요.

    1. 같이 가면 다 똑같은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다들 제각각으로 찍더라구요.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제가 놓친 걸 다른 사람 사진에서 건지는 경우도 있고 해서 아주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6. 봄꽃이 저리도 곱고 아름답다니…
    그저 감탄만 자아내며 한참을 머물러 있습니다.
    고려산에 피어난 봄꽃 축제에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이곳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의 꽃들…

    1. 사실은 대부분의 꽃들이 아주 작잖아요.
      그걸 다섯 명이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양 코를 들이박고 내려다보며 좋아했어요. 백련사쪽은 남산제비꽃이 있었는데 청련사쪽으로 다녀온 분들의 사진을 보니까 그쪽은 잔털제비꽃이 많더라구요. 봄꽃은 순식간에 피었다 지나가는 거 같아요.

  7. 왕~ 박식 하신데요!
    찍고난 다음 안겁니까? 아니면 알고 찍은 겁니까???
    어쨌든 둘다 대단스~ 전 꽃이름 하나도 모르겠덕라구요!

    1. 제비꽃이나 목련 정도는 알고 있었죠.
      그 나머지는 근래에 이름을 알았어요.
      이름알아가는 재미도 꽤 크더라구요.
      요즘은 비슷한 꽃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관심을 두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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