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풍요로운 게 뭘까를 생각하면
그게 빛이 아닌가 싶다.
도시의 빛은 특히 어둠이 밀려들면 더더욱 풍요로움이 두드러진다.
원래 지하라는 말은 어둡고 음습한 느낌을 풍기는 말이지만
도시의 지하는 지상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밝을 때가 많다.
원래 어둠은 낮엔 지하로 숨어들어 조용히 숨을 죽이고 하루를 보내는 법인데
도시에선 어둠이 대낮에 지하에서 피신처를 구했다간
쥐도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실종될 운명에 처할지도 모른다.
밤이 되면 지하의 입구는 더욱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어야
그 이름의 이미지에 걸맞을 것 같지만
항상 저녁이 오는가 싶으면 그 입구는 불을 밝히고
한낮의 밝음을 밤늦은 시간까지 연장한다.
그래서 밤이 되어도 지하로 내려가는 사람들의 걸음은 자유롭지만
어둠의 출입은 금지된다.
또 종로를 돌아다니다 어느 주점앞을 지나면서 보니
창호지 풍의 문에서 은은하게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달빛이 연상되는 은은함이었다.
아마 문을 그렇게 장식한 연유 또한
사람들에게 달빛의 낭만을 안겨주려는 배려였을 것이다.
그 달빛은 이지러짐이 없고
밤새 창안에서 그렇게 유사 달빛을 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건 달빛의 풍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빛이 풍요로운 도시의 밤을 거닐고 있노라면
때로 그 풍요 속에서 종종 빈곤을 느낄 때가 있다.
그저 어둠밖에 달리 아무 것도 없었던 내 고향 영월의 밤이나
은은하게 문을 파고 드는 달빛의 추억이
오히려 빛이 풍요로운 도시의 밤보다
훨씬 더 풍요로웠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풍요 속에 빈곤이 있으며,
반대로 빈곤 속에 풍요가 있는 셈이다.
종종 풍요 속의 빈곤이 아니라
빈곤 속의 풍요 가운데 몸을 눕히고 밤을 보내고 싶다.
8 thoughts on “도시의 빛, 그 풍요 속의 빈곤”
심플한 텍스춰가 멋진 그림같은 사진을 만들었군여
YMCA 건물의 바로 뒤쪽 골목에 있는 술집인데 몇번 이곳에서 술도 먹었죠.
저도 가끔 인사동엘 가보곤 하는데 예술하고 워낙 거리가 멀다보니 그 무식함은 하늘을 찌를 정도지요.
화랑이나 거리의 좌판의 풍물들, 그리고 옛날 우리 학창시절의 오래된 물건들 정도를 감상하며 주점에 들어가 막걸리나 퍼마시고 오곤 했습죠..^^
언제 시간되신다면 그곳에서 제가 막걸리 한 잔 따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인사동은 자주 가죠.
아무래도 사진찍을 풍경들이 많아서요.
갤러리에서 그림보는 재미도 좋구요. 저도 그림보는 안목이 있다기 보다 그냥 제 식대로 보는 거예요. 어제도 전시회를 한 서너 개쯤 본 것 같네요.
인사동을 가면 참 즐거워요…
돌담 하나하나에도 호기심이 쑥쑥 ^^;
맨 마지막 사진..은은한 기운에..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참. 동원님
블로그에 도움 많이 주셨는데..히궁 감사하단 말씀도 제대로 못했네요~
두번째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헤헷. 놀러와주실거죠?^^ 놀러와 주세요~~~^^
인사동, 종로 요쪽은 참 볼게 많은 거 같아요.
블로그 Season 2의 개설을 축하드릴께요.
사실 자주 놀러가고 있어요.
오늘도 놀러가야징.
지하도 내려가는곳의 등인가요? 등도 참 이쁜걸 달았네요.^^
지하도가 아니고 건물의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
종로 뒤쪽 인사동 길에 있는 건물로 기억하고 있어요.